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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감성아빠 Mar 06. 2017

아빠가 아이에게 사용하는 높임말이 주는 효과

아이와 수평적인 관계로 마주하자

아빠라면 아이가 아빠의 말과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나 역시도 내가 부정적인 말을 하면 아이는 부정적인 말을 그대로 따라 하고, 긍정적인 말을 하면 아이는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을 경험했다.


아이와 수평적인 관계로 마주하자

우성이가 여섯 살 때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아빠! 저 친구는 왜 아빠에게 높임말을 쓰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평소 아이들에게 높임말을 쓰는데 어른에게 반말을 하는 아이가 이상해보였나 보다. 우성이에게 높임말로 말할 수도 있고 반말로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아이가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내와 나는 우성이를 임신하고 아이에게 높임말을 쓰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꾸준히 높임말로 말하니 우성이는 높임말이 습관화됐다. 주변 사람들도 우성이가 높임말을 하는 것을 보고 종종 신기하게 바라보면서 “어린아이가 높임말을 써서 정말 예쁘네!”라고 칭찬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칭찬받기 위해서 높임말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내가 높임말을 쓰는 이유는 높임말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고, 반말보다는 말을 하는 데 신중해지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잘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한테도 높임말을 사용하면 아이도 더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학 후배 중에 항상 높임말을 쓰는 후배가 있었다. 말을 편하게 해도 괜찮으니 말을 놓으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항상 높임말을 썼다. 그렇게 높임말을 쓰는 후배를 볼 때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높임말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 후배는 아버지가 항상 자신에게 높임말을 썼고, 그 영향을 받아 자신도 친구들 외에는 자연스럽게 높임말을 쓴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지금도 아버지랑 저는 서로 높임말을 써요. 아버지가 높임말을 해줘서 아버지의 사랑이 제게 더 잘 전달됐던 것 같아요”라고강조했다.

그렇다고 반말을 하는 부모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정마다 부모의 가치관이 다르니 선택사항일 뿐이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아이도 어른과 똑같은 인격체로 바라보는 시작이 내게는 높임말이었다.


아이에게 높임말을 쓰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와 내가 동등한 조건에서 서로 존중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화가 난 상황에서 반말을 쓰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높임말을 쓰면 감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조금은 그런 감정이 약화되는 효과가 있다. 높임말은 아이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아빠와 아이 사이에 신뢰를 깊어지게 한다.

이런 높임말은 단지 부모가 아이와 동등한 조건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대화하고자 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반말이든 높임말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이를 대하는 기준이 꼭 높임말일 필요도 없다. 아내는 우성이가 태어나고 높임말을 썼지만, 영어로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반말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성이는 이런 엄마와 아빠의 반말과 높임말을 구분하여 높임말만 써야 한다는 선입견을 품고 있지는 않다.


아이가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이 아이에게 잘 전달될 수 있으면 되고,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서 수평적 관계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을 아이들은 거름종이 없이 그대로 흡수하고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초록감성아빠. 우성아빠. 황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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