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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스타디움의 결계

두근두근 첫 상하이 11

by 션표 seanpyo




동양의 베니스? 수향으로


커튼을 젖히면, 환한 빛이 눈부신~ 햇빛 쏟아지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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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없었다. 물기를 한껏 머금은 먹구름이 하늘 가득 두둥실 떠다닌다.


‘오늘은 멀리 가는데 날씨가 영 그러네…'


오늘은 베니스에 간다. 동양의 베니스라고 일컬어지는 수향마을로!(‘베니스’라는 수식이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다)

상하이 근교에는 유명한 '수향(水鄕=수곽, 물가에 있는 마을, 못이나 하천이 아름다운 지역)' 이 6개나 있다. 강남 6향이라 불리는 주장(周庄 저우좡),동리(同里 통리), 서당(西塘 시탕), 오진(乌镇 우쩐), 녹직(甪直 루즈), 남심(南浔 난쉰)이다. 상하이 시내에서 대부분 2~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라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여섯 곳 중에 어디를 가든,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야 했기에 우리는 버스터미널에서 행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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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체육관으로

수향 마을로 가려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왕복 투어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우리는 보다 빠르고 확실한 이동을 위해 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기로 결정! 숙소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택시 아저씨에게 ‘상하이 체육관’이라고 써 있는 한자를 보여서 편하게 도착했다.


미리 찾아보니 터미널이 체육관 바로 옆이라고 해서, 체육관 쪽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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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 편에 놓인 독특한 그림의 나이키 광고판이 눈을 사로잡았다. 어딘가 중국스러운 느낌에 위트가 더해져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시리즈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그림의 사람처럼 경쾌하고 여유 있게 걸어서 상하이 체육관에 도착! 그런데 우리가 찾는 버스터미널은 보이지 않는다. 버스도 버스를 타려는 사람도. 규봇은 재빠르게 검색을 시작했고, 나머지는 두리번 두리번…





숨은 상하이 투어버스센터 찾기

무슨 숨바꼭질도 아니고…’규봇의 몇 가지 검색 결과는 모두 일치했다. ‘상하이체육관 옆 축구장 5번 게이트 옆 터미널’

그런데 없다. 우리는 혹시나 해서 축구장을 돌고 돌고 돌고 ‘돌아버리겠네…’계속 헤맬 수는 없기에,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서 묻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물었다.



고개를 절래절래, 알 수 없는 말만 중얼중얼… 무슨 말인지 도대체가 모르겠다. 영어를 좀 하는 여자 분과 대화를 나눴는데, 모르겠단다.


상해체육관(하얀돔)에 있던 버스터미널은 지난 4월말 A부분으로 확장 이전했다. (빨간핀이 있는 부분이 상해체육관 역)


그렇게 30분가량을 방황하다가… 지나가는 체육관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서 겨우 알아낸 사실! 체육관 부지를 나가서 길 건너편으로 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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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지각한 신입사원처럼 부리나케 달렸다. 우리가 가진 정보는 1일 투어 버스는 하루에 한 대뿐이라는 것, 정확히 모르지만 출발 시간이 다 됐다는 것이었기에. 오늘 하루를 걸고 달렸다. 과연 버스는 우릴 기다려 줄 것인지?


나중에 알고 봤더니 버스터미널은 2012년 4월에 이사를 했단다. 정확한 이름은 ‘상해여유집산중심(上海旅游集散中心)'고 주소는 中山南二路 2409号(No. 2409, Zhongshan South Road two)이다. 이곳에 가려면 상해체육관역보다는 3호선 차오시루차오시루 역(漕溪路站, Caoxi Road) 이 더 가까운데,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인다. 지하철 1호선, 4호선 상해체육관 역(上海体育馆 Shanghai Indoor Stadium)을 이용할 경우 6번 출구로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넌 후, 왼쪽으로 300~400m 걸으면 나온다. 정말 뼈아픈 경험이었다.(얼마나 고생했는지)






상해여유집산중심(上海旅游集散中心)에서 버스 잡기

땀 뻘뻘, 다리는 후들후들… 뜻하지 않은 아침 운동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대국이라 그런지 티켓을 파는 곳과 버스를 탑승하는 곳이 공항처럼 서로 다른층에 구분되어 있었다. 규봇이 티켓을 사러 갔는데, 사람을 가득 태운 버스가 떠나 버리고 말았다.


‘아… 저 버스인가? 놓쳤네ㅠ.ㅠ’


버스는 떠나고, 잠시후 티켓 사러 간 로봇이 일정한 보폭으로 다가온다. 승전보처럼 시탕행 버스표를 보이며,


“출발까지 30분 남았습니다.”


떠난 건 우전행 버스였던 것. 시탕, 우리의 갈 곳이 하늘의 뜻처럼 결정 되었다.


‘휴~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mug_obj_201312262352486731.jpg 시탕은 '미션 임파서블3'에서 탐형님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플립형 핸드폰을 들고 열심히 뛰어 다니던 곳이다.

영화에서 탐형님의 절박한 마음과 오늘 아침 우리의 마음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상하이 투어버스센터(上海旅游集散中心)는 생긴지 얼마 안 된 듯, 대체로 깔끔한 편이다. 이곳에서는 시탕 외에 주장, 우전, 주자각, 통리 등 수향으로 가는 투어버스를 탈 수 있다. 표를 끊는 곳은 지하에 있고, 1층에 대기석과 승강장이 있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언제 그렇게 바빴냐는 듯, 여유롭게 앉아서 시탕을 검색하며 버스를 기다리는 ‘우아한 여행자’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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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을 적어둔 종이를 꺼내 오늘 여정에 한 줄 밑줄을 그었다. 헤맸던 순간들은 정말 아찔했지만, 두고 두고 기억할 경험이었다. 역시 여행의 매력은 불쑥불쑥 등장하는 돌발 상황들인 것 같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이제 곧 시탕이구나.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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