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상하이 12
어느새 사람들이 북적이고, 곧 승강장에 서 있는 버스에 오른다. 버스 안쪽은 생각 보다 깨끗한 편이었다. 좌석의 간격이 조금 좁은 느낌은 있었지만, 큰 불편은 없었다. 자리에 앉아서 보니 하늘은 어느새 구름이 몰려와 거멓다. 곧 비가 올 모양이었다. 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으니 나른함도 몰려왔다. 아침부터 헤매고 긴장했기 때문인지 졸음이 쏟아졌다. 한 시간 넘게 가야 하니 잠깐 눈을 붙이는 것도 괜찮겠지만, 시내 밖 풍경을 볼 기회도 더 없을 테니 참기로 한다.
시탕으로 향하는 버스 안, 몇 차례의 덜컹거림에 뒤척이다 스친 차창에는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비가 내리나 보다.’ 잠을 머금은 채, 차 안의 아늑함에 취해 있다 보니 계속 이대로 멀리 갔으면 싶은 게으름이 돋아났다.
하지만, 곧 비를 마주쳐야 했다. 버스는 커다란 주차장 한복판에 우리를 내려 주고 인사도 없이 멀어졌다. ‘덩그러니’ 우리는 꿈의 한 조각을 더듬는 듯, 잠결에 멍하게 서 있었다. 대본을 까맣게 잊은 배우들처럼 침묵. 잠시 후 CPU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규봇이 먼저 움직였다. 기계적으로 따르는 사람들. 걸음은 잊은 대사를 복기시켰다. 배우들은 다시 말을 찾고, 여행자로서의 신분을 되찾았다.
1일 투어버스를 타고 왔다면 알아두기
1. 타고 왔던 버스를 기억해야 한다. 돌아갈 때 내렸던 곳 근처(주차장)에서 같은 버스를 타야 한다.
2. 버스 티켓에 돌아가는 버스 시간이 적혀 있으니, 잊지 말고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게 좋다.
3. 버스 티켓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시탕 마을 안쪽으로 들어갈 때 입장권 대신하기도 한다.
조금은 시골의 소박한 풍경을 예상했는데, 입구가 제법 크고 매표소까지 있어서 살짝 놀랐다. 아무래도 <미션 임파서블> 촬영 이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관광지로 개발된 듯싶다. 입구에서부터 오래된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매표소를 지나면 물길이 시작되는 곳이 나온다. 한편에 정박해 있는 자그마한 배들을 보아하니, 물길을 따라 가면 마을 깊숙한 곳에 닿겠구나 싶었다. 우리는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걸었다.
마을 안 쪽으로 가는 방법으로는 작은 배를 타고 1.2Km 거리의 ‘송자래풍교’라는 지붕이 있는 다리까지 가는 방법도 있다. (운임 : 1인 100위안이며 한 배에 10인까지 탈 수 있다.)
걷든 배를 타든 다 나름의 맛이 있지만, 배는 꼭 타 보기를 권한다. 좁은 물길을 천천히 지나치는 느낌이 꽤 인상적이다. 바로 배를 탈 경우, 아쉬운 점은 배의 종착점이 마을 중간쯤이라 마을을 살펴보는 동선이 애매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시탕의 연우장랑은 여러 번 지나친다고 해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니 꼭 배에 오르길...
시탕에 걸었던 기대치는 짧은 걸음만으로 바닥에 가까워 있었다. 깔끔하게 깔린 돌 바닥과 아무리 봐도 made in china인 걸 알 수 있는 어설퍼 보이는 기념품은 유원지를 떠올리게 했다.
여기에 비까지 내리니 마을은 축 처져 있는 듯한 인상까지 풍겼다. ‘이곳에 오려고 아침부터 그렇게 부산을 떨었던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왠지 부족한 made in china 장난감들
물론 현지화에 적응한 서작가는 어두운 거리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낯선 먹을거리를 발견할 때마다 빠져들었다. 맛 기행을 떠나온 사람처럼 먹는 것만 보이면 다가가 지갑을 열었다. '왜 나만 배고픈 걸까?'(뜨끔)라고 생각하는 그는 마을 입구부터 군것을 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쉬워 말자, 유원지 분위기의 거리를 지나고 나면, 멀리 마을 입구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연우장랑의 시작 지점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시탕의 모습은 이곳부터였다.
본격적으로 시탕을 모험해 보자.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