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상하이14
촉촉에서 축축…
점차 빗줄기가 굵어지는 만큼 보폭은 넓어졌다.
뱃놀이 즐기는 사람, 낯선 음식 맛을 보는 사람, 상점들을 훑는 사람 사이사이를 지나 시탕의 모세혈관 같은 좁은 골목으로 향했다. 마치 페즈의 그것처럼 폭이 좁다. 인력거를 마주치면 등을 벽에 바짝 붙여야 할 만큼.
다양한 골목길, 표정들이 제각각이다. 어떤 길은 가만히 멈춰 서서 길 끝을 바라보게 하고, 어떤 길은 눈길 한 번 건네고 지나치게 하고, 어떤 길은 ‘저 길의 끝에는 뭐가?’ 하며 따라 걷게 만든다.
골목 곳곳에 자리한 숙박업소들을 보고 있으니, 야경을 보고 싶은 마음이 불끈! 시간에 쫓기지 않은 채 방을 잡고 밤거리를 돌아보는 상상을 했다.
"다음 기회에 꼭!"
골목길을 누비다 다시 마주친 연우장랑.
비가 잦아들어서일까?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는 어느새 반환점을 돈 듯, 강 건너로 지나쳤던 거리와 재회했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다녔나 보다. 상하이 시내로 돌아가는 차 시간을 계산하니 여유가 있었다.
잠시 카페에 머무를까도 생각했지만, 아직 시탕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으므로, 카페를 다시 만난다면 그때 들어가기로 했다.
문득 비가 가지고 온 제약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이 노천에 앉아 이곳 고유의 놀이를 즐겼을 테고, 골목골목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비가 가져온 생경한 풍경들도 남들과 다른 추억으로 남겠지. 다음에 다시 찾았을때 비를 만날 확률이 적을테니 그것을 위안 삼기로
수많은 먹거리를 지나치고 몇몇 막다른 길을 만나 걸음을 되돌리고 나니, ‘이 정도면 대충 다 둘러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길을 찾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시탕의 한 귀퉁이 출구로 빠져 나와 있었다.
‘반듯하게 짜인 일정표 바깥은 어떨까?’ 우리의 여정 안에 ‘샛길’을 끼워 넣기로 했다. 여행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시탕 주변 동네를 거닐기로 한 것이다. 무엇이 나올지, 누구를 만날지 알 수 없지만 그냥 걸었다. 비는 ‘크레센도’ , 지나치는 사람들 발소리는 ‘음소거’
‘우리, 함께 걷고 있구나.’
처음 걷는 길 위에서 우린 서로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그 많은 볼거리들 속에 묻혀 있던 당신. 걷고 걷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길 위에서 먼 길을 바라본다. ‘우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돌고 돌아서 다시 시탕 입구에 도착했다. 넓은 주차장은 텅텅. 버스 도착 시간까지는 2시간 정도 남았다. 빗속을 걸었기에 노곤함이 몰려와 잠시 머물 곳을 찾아보는데 흔한 커피숍 하나 찾을 수 없었다. 비는 내리고 도무지 시간을 보낼만한 것이 없었다.
다시 연우장랑으로 가보자!
이번엔 배를 타고 들어가기로 했다. 뱃삯은 100위안(요금은 사람 수가 아닌 배 한 대 기준으로 한다).
작은 배 위에 올라 각자 자리를 잡으니, 아저씨는 말 없이 노를 젓는다.
부드럽게 물살을 가르며 뻗어나가는 배 위에서 우리가 걸었던 길들을 천천히 더듬는다. 그 순간 우리 사이를 흐르던 것은 물도 물고기도 아닌 여유다. 그 한가로움에 취해 모두들 잠시 침묵했으나...
다시 음악을 듣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사진을 찍고
그리고 시를 읽는다 낭송한다. 시탕 잔잔한 물길 어둑한 배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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