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상하이 10
너른 황푸강을 가르며 나아간 건 유람선이었으나, 일행들은 방금 조정 레이스를 마친 선수들처럼 얼굴에 노곤함이 묻어났다. 숙소로 갈 수도 있었다. 일행 중 누군가는 마음속으로 그걸 원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 떠나 온 여행이 아니기에 서로 눈치 보며 서성이고 있었다.
내 의견을 밝히자면, 아홉 시도 안 됐는데 황푸강의 야경을 뒤로 하고 들어가는 건, 허락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날린 결정적 한방! “탐 크루즈가 케이티 홈즈에게 청혼해서 유명한 곳이 있는데...” “오~” “진짜?” 순간 초롱초롱해지는 눈들. (실은 처음이라 나도 잘 모르겠다…)
우리는 주위에 맴도는 피로한 공기를 뚫고 ‘Fresh’한 공기를 누리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아니, 잡기 어려웠던 택시도 우리 처지를 알았는지,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앞에 사람들을 뱉어내고, 우리를 와이탄으로 실어 날랐다.
“여기는 아까 낮에 지나쳤던 곳이네.”
“어느 건물이지?”
“저기 한쪽이 탑처럼 뾰족한 건물!”
‘뉴하이츠’는 와이탄 3호 건물 7층에 위치해 있다. 사진 가운데 건물의 오른쪽 위에 탑처럼 뾰족한 부분이 유명한 ‘쿠폴라’로 2005년 탐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가 이곳에서 데이트를 즐겼다는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뉴하이츠’는 복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래층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위층은 단 둘만을 위해 꾸며진 장소라서 단 하나의 예약만 받는다고 한다.
홈페이지 주소
http://www.threeonthebund.com/dining.php?concept_id=4
택시에서 내려 건물을 향해 횡단보도를 건넜다. 멈춰 선 곳은 와이탄 3호(Three on the Bund).
그런데 입구가 없다. 길가의 커다란 문은 꿈쩍도 안 하고, 건물 안쪽에서 새어 나오는 한 줄기 불빛도 찾을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건물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골목 안쪽에서 발견했다. ‘뉴하이츠’로 통하는 문!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내려 긴 복도를 따라 걸으면 음악 소리가 먼저 반긴다. 그리고 등장하는 어둠 사이사이 간간이 반짝이는 불빛들. 꽤 넓은 공간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이나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다국적의 사람들. 중국인 보다는 외국인이 더 많았다.
빈 자리를 찾아 안으로 들어가니, 바깥으로 푸동의 야경이 펼쳐진다. 어두운 실내와 대비돼서 그런지 불빛이 더욱 화려하게 느껴졌다. 테라스 자리가 당겼지만,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실내 창가에 자리했다. 자신 있게 주문을 하고(메뉴판에 익숙한 단어들이 등장해서ㅎ), 자리에 앉아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니 창 밖 풍경을 제외하고는 흔한 Bar의 모습이다.
한껏 멋을 낸 남녀가 흥겹게 주고받는 대화는 빠른 템포의 음악과 엉켜 우리의 대화를 가로막았다. 고민의 시작. 우리는 소음과 추위 중에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바깥으로 향했다. 바깥에는 이미 (상대적인) 고요가 자리하고 있었고, 우산의 뼈대처럼 생긴 난방기구가 있어서 생각보다 따뜻했다. ‘진작 나올 걸.’ 조금 앉아있으니 지나쳤던 소리가 보인다. 길가의 자동차 경적, 강가의 사람들 목소리, 지나치는 바람의 소리.
이런 멋진 곳에서 알코올을 외면하다니…
유람선 위에서는 빌딩 사이로 보이던 달이 어느새 하늘 한복판으로 높게 떠올라 있다. 오늘은 달이 별로 외롭지 않아 보인다. 푸동의 불빛들이 함께하니까. 상하이의 밤은 깊어가고 우리는 푸동의 야경을 배경으로 뉴하이츠를 기록했다.
이제 숙소로 향한다. 거리는 잠에 취한 듯 조용하다. 우리는 동네에 마실 나온 사람들처럼 어두워진 뒷골목을 훑는다. 한적한 길가에서 택시 잡아타고 숙소로 향했다. 미리 준비한 한자로 된 호텔의 주소를 기사에게 보이니 바로 출발했다. 택시를 처음 탔을때 어리숙했던 우리지만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성숙한 소년으로 진화한 느낌이었다.
내일은 시탕 가는 날, 아침 일찍 나서야 하기 때문에, 간식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근데 일본 편의점의 반만 따라가도 좋았을 것을… 선뜻 손이 가는 게 없다. 결국 어디선가 봤거나, 어디서나 파는 것들 위주로 주워담 았다.
내일 우리는 미션 임파서블 3 촬영지였던 시탕으로 떠난다. 대도시를 벗어난 여행 속의 여행... 기대와 설렘이 다시 시작되는 밤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