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상하이 8
예상보다 와이탄에 일찍 도착했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인터넷 여행기를 보고 인해전술 하듯 사람으로 빽빽한 와이탄 강변을 상상했는데 멀리 반대쪽 끝이 훤히 보일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유람선 탑승까지 꽤 시간이 남아 우리는 탑승장 반대쪽으로 와이탄 강변을 걸었다.
걷는 건 좋은데… 갑자기 배고픔이 밀려왔다. 걸음은 허기에 비례한다. 걷는 만큼 출출해지는 느낌. 급하게 걷기에는 아까운 곳이기에 천천히 걸었지만,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거리에 흘려야 했다. 그럼 강가에서 뭐라도 사먹지 그랬냐고? 출출함을 달래려 길 가운데 서 있는 매점차를 발견했지만 콜라나 음료수밖에 없었다. 다음, 그 다음 차도 그랬다.
와이탄 강변에 갈 거라면, 배를 든든히 하고 가거나 먹거리를 챙겨 가길 권한다.
어두워지고, 배고프고, 계속 걸었더니 노곤하기도 하고, 유람선 탈 시간은 아직 남았고... 얼마 전의 여유는 어디가고, 걸신 모드가 되었다. 번화가 임에도 흔한 맥도날드도 찾기 어려웠다. 우리의 목적지는 단 하나, 음식점!!! 다시 규봇은 우리의 희망으로 복권됐다. 모두 규봇을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니, 규봇은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번화가인 난징동루가 멀지 않네요. 걸어서 10분 정도면 가겠어요.” (우리에게 규봇을 안긴 여행신께 감사^^)가자 난징동루로!!!
맛난 음식들을 떠올리며 와이탄 빌딩들 사이로 들어갔다. 길은 좁고 사람은 많아서 걸음은 정체됐고, 우리가 바라던 음식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의 모습은... 딱 좀비였다. 먹을 것만을 찾아 헤맸다. 동방명주건 스카이라인이건 심지어 유람선 시간도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우리는 난징루보행가 입구에 가서야 원하는 음식점을 찾을 수 있었다. 집고 뜨고 쓱쓱 쉽게 그릇의 바닥이 드러났다. 상하이에서의 첫 식사 메뉴가 뭐냐고? 이게 좀 함정이다. 돈까스, 라멘, 돈부리... 일식이었다.... 중국요리가 아니라 일식ㅠㅠ 무계획의 결과다. 반성
식사 후 이성을 되찾고 보니 이미 해가 지고 난 후였다. 아뿔사... 황푸강의 매직아워 사진은??!! 하지만 후회는 늘 늦게 찾아오는 법. 이제 아기다리고기다리 던 오늘의 하이라이트~~ 황푸강 야경 감상을 위해 유람선 선착장으로 go go!
해가 지니, 또 다른 여행지에 온 것처럼 거리가 낯설다. 우리는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처럼 상하이 밤을 따러 간다. 화려한 상하이 야경의 중심으로!
‘우린 참 단순하지...’
배를 채우니 결핍은 다시 입에서 눈으로, 욕구에 충실한 여행자들은 다시 먹거리 대신 볼거리를 찾아나선다. 다음 목적지는 오늘의 하이라이트가 될… 황푸강 유람선 타기! 소화도 시키고 밤거리 구경도 할 겸 선착장까지 걸으면 좋겠으나, 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택시 잡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지나가는 택시는 별로 없고, 타려는 사람은 많아서 난징동루 보행가거리를 천천히 벗어났다.
“무슨 술래잡기도 아니고, 상하이 택시는 정체가 뭐냐?” 푸념이 새어나온다. 날랜 짐승을 포획하려는 사냥꾼의 눈으로 걷고 걸었는데, 빈 택시를 만나기 어려웠다. 어느덧 황푸강 근처 와이탄 옆 길까지 이르렀고,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윽, 이러다 유람선 놓치는 건 아니야…’ “저기!!!” 10m 전방에 멈춰선 뚜렷하게 붉은 글자 ‘空车’사냥꾼의 여덟 다리는 빠르게 달린다. 잡는다. 잡았다. 택시 안에 네 가지 숨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