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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푸강과 와이탄 사이 걷기

두근두근 첫 상하이7

by 션표 seanpyo




짝퉁시장의 번잡함

“10m 전방에서 오른쪽입니다.”마치 내비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규봇의 똑 부러지는 안내를 받으며 걷는 우리는 내비에 의존해 달리는 초행길 운전자였다. 궁금한 것에 친절하게 대답도 해주니 정말 첨단 내비인 셈이다. 그야말로 고.성.능. 규봇! 예원을 벗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물건들을 발견했다.


최근 트랜드의 IT기기들이었다. 자세히 보니 뭔가 빠진 느낌, 설명하기 힘든 어설픔이 풀풀 묻어났다. 바로 ‘짝퉁’이었던 것. 그 상점 옆으로 옷, 가방, 신발, 장난감 … 익숙하지만 어딘가 아쉽게 느껴지는 물건들이 이웃해 있는 걸 보니, 이곳은 짝퉁시장이었다. 살게 있을까 살펴 봤는데, 어딘가 아쉬움이 물건들에 서려 있는 듯해서 pass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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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반가운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토작가의 자식과도 같은 캐릭터 ‘뿌까’가 그려져 있는 아이 지갑. 토작가가 어루만지며 자식 사랑을 실천하는 사이, 우리는 ‘오…’ 잠시 토작가의 글로벌한 위상에 감탄.




고성공원의 심심함

제법 길게 이어진 시장을 찬찬히 훑으며 걷다 보니, 어느 곳이든 시장은 비슷한 느낌이 있구나 싶다. 어수선했지만, 사고 파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생활의 활기 같은 게 느껴졌다. 그렇게 걷다가 시장의 끝에 이르면 넓은 찻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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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건너면 널따란 고성공원이 나온다. 나무, 잔디, 돌바닥이 적절히 어우러진 쾌적한 공원인데, 위치가 애매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공원의 배경으로, 멀리 높다란 건물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고지가 멀지 않구나!”




푸동 스카이라인의 화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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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가 보이니 걸음이 한결 빨라졌다. 내기를 건 것도 아닌데, 다들 빠른 걸음에서 뛰는 걸음으로… ‘바람이 분다. 그곳에 닿고 싶다.’ 뭔 광고의 카피는 아니고, 강이 가까워서 그런지 바람이 불었고 곧 펼쳐질 풍경이 몹시 궁금해졌다. 두둥! 드.디.어…


황푸강(黃浦江)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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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책, 인터넷쇼핑몰에서 보아왔던 익숙한 풍경, 푸동 스카이라인이 쫙~유명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직접 보니 실물이 더 낫다. 건물들은 서로 키를 재듯, 높은 건물부터 낮은 건물까지 모여 있었다.주로 야경으로 봤었는데, 낮에 봐도 꽤 멋져 보였다. 마치 민낯도 멋진 연예인처럼ㅎ

토작가님이 2015년을 위한 새로운 일러스트를 작업중입니다.^^ 기대해주세요.



저 많은 건물들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동그란 알 두 개를 품은 ‘동방명주’지만 우리가 여행했던 2013년에는 병뚜껑 모양의 건물이 키가 커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최근에는 허리를 비틀며 승천하는 용을 형상화 한 118층, 632m 높이의 상하이센터(上海中心)빌딩이 이슈가 되고 있다. 두바이 '부르즈칼리파'(829m)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황푸강을 가운데로 한쪽은 한 해가 다르게 모습을 바꾸고 있으며 다른 한쪽은 100년이상 쭉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 참 재밌는 얼굴을 가진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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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탄을 걷는 상쾌함


우리가 선 와이탄 강변에서 푸동을 바라보는 것도 멋지지만, 푸동에서 와이탄 쪽을 바라보는 것도 꽤 매력적이다.


* 와이탄이란?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뉴 상하이를 대표하는 푸동浦東과 올드 상하이를 대표하는 와이탄外灘으로 나뉜다. 1840년 아편전쟁의 결과로 상하이가 영국에 의해 개방된 후 와이탄 일대는 외국의 조계지(개항도시의 외국인 거주지)가 되어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열강의 건물들이 들어섰다.와이탄의 조계지는 점차 서양의 한 도시처럼 변모해 갔다. 1868년에는 이곳에 공원이 생겼는데, 중국인은 출입할 수가 없었다. 그후 1885년에는 공원 안내판에 "중국인과 개는 출입금지(華人與狗不准入内)"라고 써붙였단다. 지금은 서양 건물들의 화려함으로 관광 명소가 됐지만, 그 이면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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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푸강가 와이탄 쪽 길은 꽤 넓다. 강도 넓고, 길도 넓고 대국의 넉넉함 그대로다.

걸어가는 방향 왼쪽으로는 서양식 건물들이 모양도 폭도 크기도 다 다른 모습으로 늘어서 있다. 단 하나, 고풍스럽다는 큰 공통점으로 서로 잘 어울린다.은근한 강바람과 어느새 갠 하늘은 느긋한 여행자를 위한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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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탄은 별로 중국스럽지 않다(중국인들에게 죄송ㅠㅠ).

소음도 별로 없고, 주변에 펼쳐진 건물은 우아하고, 거리는 꽤 깨끗한 편이었다. 우리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의 산뜻한 산책자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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