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첫 상하이 6
상하이 관련 여행 책을 보면, 대부분 예원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다. 하지만, 그저 쉽게 볼 수 있는 문화재 정도로 여기고 쉽게 지나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따지듯, 유명한 여행지가 갖는 배신감을 먼저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도시의 뻔한 번지르르함이 흐르는 상하이 도심 속에서 머물다 보면, 중국 고유의 멋을 느끼지 못한 아쉬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럴 땐 예원이 해답이 된다.
예스러운 건물들과 정원, 그 사이사이 정자와 누각이 차분히 어우러져 있다. 관광지를 돋보이게 하려는 억지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고, 예전 모습 그대로의 예원을 간직하려 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와…’ 둘러보다 보면, 감탄사가 들리는 듯도 하다. 그 옛날 그의 부모의 마음을 닮은 게 아닐까 싶다. 예원(豫園)은 1559년 명나라의 관료 반윤단이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18년 만에 지은 정원이다. 효심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알 수 있다. 건물의 지붕, 문, 문살, 담장, 바닥 등 똑같은 무늬가 하나도 없다. 저마다의 공간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색다른 멋을 품고 있다.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대국을 떠올리면 거대하고 지나치게 화려한 것만 생각하게 되는데, 예원의 섬세함과 마주하면 그런 편견이 수정되리라.
가장 인상적인 건 담이나 지붕 위에 올린 용이다. 그런데 이 용은 발가락이 세 개다.이에 관련해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용은 황제만의 상징이라,아무나 용을 만들어 장식하지 못한다.그래서 어찌 황제만 쓸 수 있는 용을 썼냐고 추궁을 받자 반윤단은 원래 용은 발가락이5개인데 이곳의 용은3개밖에 안 된다고 하며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 때문인지 용이 더 멋져 보였다.
예원 안쪽 깊숙이 들어가면 걸음에 여유가 깃든다. 아마도 공항에서부터 중국 특유의 소란함으로 가득한 거리를 지나고 난 뒤 고요를 마주하게 되서가 아닐까 싶다.
예원의 전체 지도를 보면 그리 넓어 보이지 않는데, 들어가 보면 공간들이 담으로 나뉘어 있어 사람이 없는 곳이 은근 눈에 띈다. 편하게 앉아 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고즈넉한 풍경에 동화되어 차분해지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오래 숨겨졌다 발견된 듯한, 정원은 오래오래 머물고 싶은 편안함을 품고 있었다.어느덧 여행의 중심에 머물러 있구나 느꼈다.
알차게 예원 깊숙한 곳을 샅샅이 훑고 나서 나오니, 출출함이 번졌다. 일행 모두 같은 마음이었는지, 발은 자연스레 음식 냄새를 따라갔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선 음식점이 있길래 가봤다.
그 유명하다는 남상만두! 줄이 길어 기다릴까 다른 걸 먹을까 고민하다, 기다리기로 결정!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한 입 두 입, 배고파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좀 느끼하고 맛은 좋았다.(느끼한 걸 잘 못 먹는 사람은 pass~) 빨대를 꽂아 먹는 만두도 있다.
진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다시 걸음이 고팠다.
어느새 걸음은 와이탄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길이 맞을까?'
규봇이 있으니
그를 믿어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