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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캉루를 바라보는 3개의 시선

두근두근 상하이 19

by 션표 seanpyo


이번 편은 세명의 작가가 자신의 시선으로 타이캉루를 소개합니다.



타이캉루장난감가게에서운명처럼 만난그 로봇은?






통런차방과 타이캉루 위치

모간산루의 현대미술과 꾸불꾸불하고 빈 골목의 여백으로부터 탈출한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타이캉루다. 참! 그전에 '통런차방'에 들르기로 했다. 일정상 아침부터 꽤 긴 거리를 걸어야 했기에 잠깐 쉬는 의미로 미리 예정해 놓은 찻집이다. 음식점도 아니고 왠 찻집이냐고 하겠지만 통런차방은 우리나라 관광객에게도 꽤 알려진 무한간식이 제공되는 찻집이다.(물론 식사도 된다)



통런차방과 타이캉루가 프랑스조계지 근처라 해서 '마침 잘됐군!' 하며 연관을 지었지만 막상 지도를 살펴보니, 거리로 보나 교통편으로 보나 - 설렁탕과 단무지만큼이나 -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으로 판명이 났다.




프랑스조계지의 귀퉁이

구글맵의 우리 위치가 프랑스조계지에 닿자 규봇은 택시를 멈춰 세웠고 우리는 프랑스조계지 귀퉁이 어딘가 쯤에서 내렸다.




통런차방

크게 헤메지 않고 통런차방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규봇 덕분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뇌의 일부 - 길찾기 역할을 담당하는 -를 푹 쉬게 하는 대신 규봇을 무한 신뢰하기로 약속이나 한듯 했다.




통런차방은 찻집이지만 식사도 가능하다. 심지어는 흡연도 가능한 곳이라 한다. 나는 식사보다는 이곳의 간식(과일과 과자)에 더 관심이 많았으므로 차를 시켰지만 - 과자도 과일도 - 어느것 하나 제대로 맛 볼 수 없었다. 아직 중국음식에 대한 편견이 마음 한구석에 차지하고 있는지 귤껍질을 까고 수박씨를 뱉으면서도 이게 정말 귤과 수박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제 세계 어느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국이 되었다. 어릴때 부터 듣고 자라온 중국에 대한 선입견, 이제는 버릴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다짐과 상관없이 간식은 정말이지 맛이 없었다.




타이캉루

미리 언급한 것 처럼 통런차방에서 타이캉루까지 거리가 있어서 택시를 이용했다. 언제나 규봇은 우리의 위치를 체크했다.




타이캉루는 다녀온 사람들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물론, 나는 오전에 다녀온 모간산루와 자연스레 비교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비교를 어떻게 하지? 전혀 다른 곳인데... '예술인의 거리'라는 하나의 수식어를 공유할 뿐, 모간산루와 타이캉루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물론 타이캉루에는 디자이너가 직접 운영하는 샵도 있었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갤러리도 있었지만 이곳은 주로 관광객을 상대로 악세사리를 팔거나 노천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가로수길이나 홍대앞 같은 상업적인 모습의 거리다.




좁은 골목 골목에 사람도 많아서, 우리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30분정도 각자의 시간을 갖기로 의견을 나누곤 뿔뿔히 흩어졌다.




골목을 돌아 다니다 보면, 중국판 짝퉁이라고 하기에는 퀄리티가 꽤 좋은 제품들도 보인다. 이제 더이상 메이드인 차이나는 조롱의 대상이 아니다.



가장 먼저 들른곳은 오르골가게다. 좁은 골목으로 난 입구는 계단으로 이어져 있고 계단을 오르니 마치 다락방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오르골 샵이었는데 근사해 보이는 오르골들이 즐비했다.





물론 오르골은 실용적인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생일 축하곡은 가족의 기념일 마다 축하해 줄 수 있으니 유용하지 않을까 싶어 구입!(정말 매년 세번씩 잘 사용중이다. 심지어는 크리스마스에도 돌린다. 이제는 케잌 옆에 없으면 허전할정도...)




취향이 비슷하다 보니 토작가와 장난감가게에서 마주쳤다. 그 장난감가게에서 나는 이번 여행 운명처럼 멋진 인연을 만나게 된다.




쇼핑의 추억 타이캉루

바로 이곳(photo by toy cat)

볼거리가 많은 가게였다.(적어도 나에게는) 사실을 말하면 난 이 곳을 발견한 후, 비슷한 가게가 또 있는지 타이캉루 전체를 빠르게 샅샅히 살펴보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마치 알면 알 수록 더 좋은 면을 발견하게 되는 친구처럼 재밌는 것들이 작뜩 숨어있었다. 여기라면 환전한 모든 돈을 다 써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으로 구석구석 전시된 것들을 살폈다.




토작가도 뭔가를 발견한 듯, 하나 남아있던 고양이 인형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취향이 살짝 다른게 다행이었다. 몇년 전 아키하바라에서 간발의 차로 코난 피규어를 오타쿠도 아닌 토작가에게 빼앗긴 쓰라린 기억은 아직도 마음 저 먼곳에 응어리로 남아있다.




내 지갑을 가볍게 해줄 무언가를 찾으며 가게를 서성이다가 구석에 누워있는 레트로스타일 로봇을 발견했다. 그래 바로 이놈이다!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고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도 움직여보았다. 점원에게 부탁해서 건전지를 뺐다 넣었다 하며 두개의 로봇중 하나를 고르지 못해 시간을 끌다가 선택한 로봇은 '스모킹 스페이스맨'이다.




가격이 좀 비싸긴 했지만 구입했다. 이렇게 타이캉루에서 여행 내내 열지 않았던 지갑을 타이캉루에서 아낌없이 비웠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일행들 모두 좀전과는 다른 무거운 몸이 되어 있었다. - 이제 여행이 얼마남지 않았고 환전해온 돈을 그대로 들고 가는 것은 손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 다음 목적지는 신천지 였지만 짐이 많아 무리였다.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 짐을 풀고 움직이기로 했다. 호텔로 향하는 택시안, 타이캉루에 대한 일행들의 생각을 물어보지 않았다. 모두들 한아름씩 안고 있는 쇼핑백들을 보니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였다.


타이캉루가 아니었다면 이번 상하이는 전리품 없는 여행이 될뻔 했다.








전설같은중국 화장실의 공포는타이캉루에서도계속될까?






반복되는기나긴 골목의방황속에서찾은 유희는?








타이캉루 골목길의 미아



흩어지고 나서…


엉거주춤, 방향을 잃은 여행의 걸음.

도시의 화려함과 만들어진 아기자기는 관심 밖이라 멍하게 골목을 돌 수밖에 없었다.

다시, 흐트러진 여행의 목적을 새로 축조하기로_


1. 예술 공간 찾기? 그런 곳이 있을지...

2. 선물 사기? 줄 사람이 마땅치...

3. 인상적인 사진 찍기? 길은 좁고 사람이 많아서...

4. 낯설게 하기? 어딘가 가로수길, 홍대 앞 같아서...

5. 외국인과 대화하기? 영어도 중국어도 잘 못해서...

6. 차 한 잔의 여유? 조용하고 멋스러운 카페가 안 보여서...


결국, 우연에 기대기로!

이 미로의 어딘가에 있을 재미, 감동, 행운, 판타지…

마주칠 수도 있지 하며, 골목골목을 훑어내려 갔다.

길을 잃은 것 같다가도, 다시 익숙한 골목이 나오고

꽤 넓다고 여기다가도, 제자리걸음하듯 또 여기고

문득, 그래도 이곳에서의 뭔가를 남겨야겠다 싶어서

가장 중국스러운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고민 고민 끝에 사게 된 자스민차와 다기 세트.

(근데 아직도 샀을 때 그 모습 그대로 내 방 한구석에ㅠㅠ)

더러 긁적긁적 문득 끄적끄적… 어쨌든 그날 그곳의 기록_








타이캉루, ‘이상’한 기분의 골목도


13가지 기분이 타이캉루로 질주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아니오)


제 1의 기분은 복잡하다 그리오. 골목골목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그득하다오.

제 2의 기분은 헷갈리다 그리오. 여기가 확실히 중국인지 잘 모르겠다오.

제 3의 기분은 난감하다 그리오. 도무지 ‘예술인의 거리’라는 소개를 믿을 수 없다하오.

제 4의 기분은 뻔하다고 그리오. 상점들이 모여 있는 상업화된 거리 같다 그러오.

제 5의 기분은 막연하다 그리오. 뭔가를 사야할 것 같은데 딱히 사고 싶은 게 없다하오.

제 6의 기분은 비싸다고 그리오. 선물이라도 살까 해서 집은 물건이 꽤 비싸다오.

제 7의 기분은 궁금하다 그리오. 이 거리의 상품들 'made in china'일까 궁금하다오.

제 8의 기분은 익숙하다 그리오. 한국인들의 대화를 곳곳에서 엿듣게 됐다하오.

제 9의 기분은 충격이다 그리오. 이곳 화장실, 앞 사람 옆 사람… 문화충격이라 하오.

제 10의 기분은 미아 같다 그리오. 어느 순간 길을 잃은 건 아닌가 했다오.

제 11의 기분은 심심하다 그리오. 돌고 돌고 돌아 봐도 머물고 싶은 곳이 없다하오.

제 12의 기분은 그리웠다 그리오. 잠시 떨어져 있던 일행이 궁금했다오.

제 13의 기분은 글쎄글쎄 그리오. 이곳에 다시 오고 싶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라오.


13가지 기분은 그런 기분과 그저 그런 기분이 그리뿐이 모였소.







fin









세명의 작가가 자신의 관점에서 타이캉루 이야기를 그려보았습니다. 모간산루와는 전혀 다른 타이캉루의 매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의문을 남긴채 우리가 떠나는 다음 목적지는 동타이루 골동품 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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