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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50 모간산루의 숨은 매력 찾기

두근두근 상하이 18

by 션표 sean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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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간산루, 예술가들의 일상 작업 공간


“사람이 별로 없네.”

“오전이라서 그런 걸까?”

“그래. 예술의 밤이 깊은 만큼, 아침잠은 길겠지.”

“다들 아직 잠에서 덜 깬 거로군~”

“근데 술병을 모아 놓지는 않았나 보네."





반기는 누군가가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누군가를 향한 환영의 흔적이 어디에도 묻어 있지 않은 어둑어둑한 모간산루의 거리. 실은 모간산루는 이름난 관광지가 아니라 예술가들이 모여서 작업을 하는 곳이다. 방문자들을 위해 열려 있는 전시공간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예술가들의 일상 공간이라 화려할 것도 없고, 확실한 볼거리도 없다.(“세계의 미술가들이 모여 중국 현대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라고 소개하는 여행책들의 소개에 혹했다면 고민해 봐야 할 듯. 물론 우린 아주 쬐금 영향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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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우리는 예술가들의 숨은 기운을 맡으며, 상하이의 색다른 면모를 훑어내며 걸었다. 물론 부스스한 얼굴로 몽상에 젖은 괴짜 예술가가 짠~ 하고 나타나 우리를 낯선 세계로 인도하길 바라는 엉뚱한 기대도 품었었다.





예술가 없는 예술인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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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건 대낮에 인적 없는 거리, 골목... 왠지 익숙하다. 아마도 주말 오전의 홍대 앞? (홍대는 오히려 새벽에 사람이 북적인다) 그래서 이곳을 홍대에 비유한 걸까? 홍대 앞 보다는 문래동 예술 창작촌과 더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예술가 거리에서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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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갤러리 탐방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와 걸었다. 얼핏 보면 거기가 거기 같지만, 공간마다 조금씩 느낌이 다르다. 더러는 이러한 공간의 구성도 누군가의 예술적 기질이 발휘된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잘 모르기도 하고 이래저래 헷갈린 가운데, 우리도 예술가들의 공기를 마셔서 그런지 나름의 퍼포먼스로 예술(?)을 체화했다. 물음표를 만드는 모습도 있었고, 피식 웃음이 나는 포즈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공간에 어우러진 몸짓이 그럴 듯해 보였다.





골목을 따라 피크닉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지 자체가 가진 볼거리, 누릴 거리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더러는 여행지에서 나름의 즐길 거리를 만들어 흥미로운 시간을 갖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아침 볕이 적당한 높이로 기울어져 얼굴을 환하게 비출 즈음 폐공장의 잠든 예술품 대신 미로를 헤쳐 나가듯 골목 탐험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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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이끄는 이도, 따르는 이도 없고 저마다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하며 낯선 골목을 놀이터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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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졌을 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난해한 풍경과 마주치기도 하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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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고 있는 곳이 어딘지 파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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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모였을 때는, 함께했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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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주어 바람을 빼는 아코디언 벨로우즈처럼 신속하게 모여 증거사진을 남기곤 했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예술가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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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로서 모간산루는 참 애매한 곳이다. 예술 관련 일을 하거나 예술 혹은 예술가의 공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경우에는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지만, 그냥 여행책에 나오는 곳이라서 방문한다면 말 그대로 도장 찍고 오는 것밖에 안 될 수 있다.



우리도 그리 오랜 시간 머물지 않고 탈출하듯 떠나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풍경들




하지만 분명한 건 모간산루는 상하이 여느 곳과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여행의 창의성을 발휘하게 한 공장이 되었다.





다음 목적지는 타이캉루다. ‘상하이’와 ‘예술’을 조합해서 검색하면 나오는 모간산루. 거기에 '상업'을 더하면 ‘타이캉루’가 된다. 이곳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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