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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동타이루, 난징동루, 신천지 거닐기

두근두근상하이 20

by 션표 seanpyo





1년 넘게 끌었던 여행기도 이제 종착역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밤 '동타이루', '난징동루', '신천지'를 각자의 시선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표작가가 바라 본 '동타이루'는?








나라를 불문하고 전통시장 구경은 흥미로운 일이다. 우리가 누리는 일상과는 다른 이전 세대의 물건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여행지의 시내 쇼핑몰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굳이 그곳이 아니어도 전 세계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made in china가 대부분이지만 왠지 동타이루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오리지널(?) made in china를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엉뚱한 기대가 - 아주조금- 있었다.






상하이 화조어시장

동타이루로 향하기전, 길 건너 화조어 시장 골목으로 들어갔다. 화(flower),조(bird),어(fish) 이름만 들어봐도 우아한 집안을 장식(?)하는 꽃과 새와 금붕어가 떠오르지만 세상에!!! 이곳은 귀뚜라미 시장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듯하다.




중국인에게 귀뚜라미는 남다른 곤충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소싸움처럼 귀뚜라미 싸움판이 벌어진다고 하니 이런 풍경 - 점잖은 어른들이 귀뚜라미를 대하는 - 도 대략 이해가 간다. 품종이라도 확인하듯 귀뚜라미의 생김새를 감별하는 그들의 차분한 태도에는 진지함이 깃들어있었다.






토작가, 동타이루 골동품 시장에서 호갱이 된 사연

동타이루 골동품 시장은 상하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곳으로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예상했던 만큼의 볼거리는 있었다.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한 두집 거쳐 보니 모든 가게의 상품들이 죄다 같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못만드는게 없는 나라라고 하더니 중고품 조차 대량생산 해내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동타이루시장 사라지다?

지난 2015년부터 동타이루 시장의 철거가 본격화되어 올해 초 다녀온 상하이에는 동타이루 골동품 시장은 흔적만 남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연재 중인 내용은 이전 에피소드이므로 그대로 옮깁니다. 이후 사라진 동타이루 시장에 대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5327




하지만 30년은 묵은 것 '같아 보이는' 것들이 이유야 어찌되었든 매력적인 건 사실이니 한 번 쯤은 가 볼만 하다.




진품과 짝퉁여부를 떠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골동품 시장에서는 가격흥정이 필수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여러곳을 거쳐 흥정한 후 구입해야 한다.





이 정도로 많은 집이 있으니 당연히 한바퀴 둘러보고, 그래도 그 물건이 생각난다면 최소 몇 군데는 물어보고 사는 것이 초등학생도 아는 중고시장의 불문율인데...





그런데! 우리의 토작가님, 첫 집에서 발견한 시계에 마음을 빼앗겼고 마치 이 세상에 몇 마리 남지 않은 멸종위기의 랫서팬더를 바라보듯 안절부절 했다. 그것을 간파한 주인 -20대후반 키크고 잘생긴 미남,도 아닌 - 할아버지의 꼬임에 홀라당 넘어가 꽤 큰 돈을 지불하고 덜컥 구입해 버렸다.그 시계는 다음집에도 그 다음집에도 마치 줄기세포를 이용해 복제한 랫서팬더 처럼 집집마다 진열되어 있었다. 돌아와 살펴보니 30원이면 살 수 있는 시계라던데 토작가가 얼마에 구입했는지 물어 보는 것은 실례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조용히 입다물고 있다.




짝퉁이라고는 하지만 걸어놓으면 근사할 것 같은 물건들도 꽤 있다. - 물론 내가 홍대인근에 카페나 이발소를 운영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동타이루의 짤막한 골목엿보기는 호갱-토작가-님의 뒤늦은 인생 수업료 지불과 함께 끝났다. 이미 해는 져서 하늘은 서서히 빛을 잃어가며 검푸름을 머금고 있었다. 평소대로 라면 숙소로 들어가도 이상한 시간이 아니었지만



상하이의 마지막 밤을 만끽하기 위해 우리는 난징동루로 향했다.



토작가가 걸어 간 '난징동루'는?









서표작가가 쉬어간 '신천지'는?




신천지, 어쨌거나 새로운 하늘과 땅


파리의 노천 카페, 낭만적인 유럽풍의 거리, 중국 속의 유럽, 젊음의 거리, 이국적인 풍경, 아늑하고 세련된 레스토랑, 최신 쇼핑몰과 명품, 상류층, 상하이 최고의 밤문화, 멋진 야경, 가로수길, 청담동 …


수식이 많은 곳, ‘신천지新天地’. 이름 그대로 중국적인 것과 거리가 먼 ‘새로운 하늘과 땅’이라 할 만하다. 옛 프랑스 조계지였던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지금의 화려한 거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옛 모습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문득 보면 그저 상업화된 화려한 거리로 보인다.


워낙 잘 알려진 곳이기에 큰 키, 검정 손, 파란 눈, 금발 머리 등 세계의 여행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거리의 몇몇 장면만 도려내서 보면 정말 유럽이라 할 수도 있겠다. 부분적으로 사람도 풍경도 이국의 그 어디쯤을 닮아 있으니까. 하지만 익숙한 명품 간판과 흔한 카페 로고,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 왁자지껄 먹고 마시는 음성들 속에 머물다 보면 한국의 번잡한 어느 거리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된다.


근데, 어딘들 어떠리… 우리에겐 갑자기 내린 비를 피할 수 아늑한 곳, 따뜻한 마실 거리, 그리고 아껴놨던 며칠 간의 여행 이야기를 풀어내기 좋은 적절한 고요가 필요했으니. 이름 하여, ‘신천지에서 우리만의 은밀한 아지트 찾기’ 프로젝트!


수색조가 길을 밝히며 거점을 물색… 비싸 보이는 곳,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가늠할 수 없는 곳, 단체 관광객이 점령한 곳, 지나치게 사람이 없는 곳 피하고 지나치길 반복하다가… 이대론 어디도 들어갈 수 없다고 판단, 가위바위보를 통해 이긴 사람이 들어가고 싶은 곳으로 들어가기로 결정!


승자는 (‘남자는 주먹’을 의식했는지 모르지만) 주먹을 낸 바로 나. 선택은 두둥 두리번거리다가 ‘하. 겐. 다. 즈.’ (12월에, 일행 중 누군가는 떨고 있는데ㅠㅠ)


“하겐다즈에 따뜻한 것도 있다구…”


일행들 하겐다즈 카페를 외면하고, 근처 Pub으로.


한가운데 희미한 조명이 놓인 동그란 탁자 주위를 둥그렇게 모여 앉은 일행들. 우리가 지나쳤던 며칠 간의 순간들을 담은 사진들을 돌려 보며 웃음을 나누기도 하고, 그 사이 우연히 중국 남녀의 진한 사랑 싸움을 지켜 보며(여자가 남자에게 마구 화내며 무시하는 모습) 중국인들의 사랑방정식을 각자의 공식으로 풀어 보기도 하고, 누구의 기획인지 모르겠지만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각자의 괴상한 셀프 영상을 (돋는 닭살 참으며) 만들어 보기도 하고…


여유를 한껏 머금은 제멋대로인 서로의 모습은 여행이 우리에게 안기는 특별한 선물이라는 걸 우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라는 것도. 그리고 우리가 다시 함께 떠나오기 어렵다는 것도.


누구도 ‘아쉽다’라는 말은 안했지만, 분명 모두 아쉬워했다.


하지만 떠날 것에 대한 아쉬움은 지낸 시간들의 즐거움에 대한 반증이므로 우리는 상하이 여행의 기분 좋음을 계속 이으며, 신천지(새로운 하늘과 땅) 아래에서 마지막 밤을 불살라… (불사르려 했으나, 중년, 저질체력, 로봇(방전), 늘 졸림 등의 이유로 적당한 시간에 숙소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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