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상하이 22
호텔에서 부린 짐을 되찾고, 택시를 요청했다. 공항까지는 비용이 제법 나오기 때문에 길에서 잡는 택시보다 호텔에서 불러 주는 택시가 안전하고 편하다. 푸동공항으로 갈 때 주의해야 할 점은 항공사에 따라 터미널이 다르다는 것이다. 두 개의 터미널이 있는데 이용하는 항공편에 맞는 터미널 쪽으로 가야 하므로, 메일이나 검색을 통해 미리 파악해 놓는 것이 좋다(터미널을 잘못 갔을 경우, 공항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신천지 쪽에서 푸동공항까지 30분 남짓 걸리고, 비용은 180위안 정도.
택시에 오르고, 차 창으로 상하이 일상이 흐르고, 띄엄띄엄 지나쳤던 순간들의 기억이 포개진다. 역시 모든 탈 것들의 창으로 비추는 풍경은 상념에 젖게 한다.
솔직히 짧은 여행 기간임에도 알차게 보냈기에, 또한 도시라는 익숙함도 있어서 그런지 상하이를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다만 떠나야 한다는 것 자체, 돌아가야 하고 여행의 끝에 이르렀다는 것에 대한 거리낌에 일행들은 다소 유쾌함이 줄은 모습이었다.
황푸강을 지나 익숙한 지역을 벗어나니 본격적으로 공항으로 향하는 길이다.
공항은 설렘과 불안이, 만남과 이별이,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곳이라 사랑 노래의 소재로, 드라마 배경으로 많이 나타나고, 알랭 드 보통의 책에도 나온다. 어쨌든 지금 우리에게 공항은 오랜만에 친구와의 여행을 빼앗는 불편함의 배경이다. 그곳으로 다가서고 있으니 모두 침묵할 수밖에.
공항의 분주함은 얼마 뒤 마주할 일상을 미리 가져다 놓은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몸 구석구석에 잔잔히 스며 있던 여행자 기분이 스르르 사라지고 있었다. 공항에서 취하게 되는 익숙함에 몸을 맡기고, 단지 떠나는 사람으로 앉아 있으려는데…
그래도 면세점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면세점은 무리지어 다니는 게 제맛이다. 신기한 물품들을 보며 서로 반응해 주는 재미가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품목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매장에서 차, 전통복장, 가방 등 중국 고유의 것들을 팔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어딘가 판에 박힌 느낌이 들어서.
저녁 비행기라 창으로 구름도 볼 수 없다. 어둑어둑한 하늘에 떠다니는 건 문득문득 떠오르는 여행의 조각들.
처음 마주한 대륙의 거대한 높은 건물들도, 와이탄 황푸강가를 걷는 상쾌함도, 상하이 애플스토어의 삐까번쩍도, 시탕의 오래된 수변풍경도, 나란히 엎드려 서로의 사진을 보며 낄낄거렸던 순간도, 함께 먹고 마시고 졸고 걸었던 거리거리도. 어젯밤에 나눈 이야기와 더불어.
“오늘 꽤 걸었는데 하나도 안 졸리네. 다들 이번 여행은 어땠나?”
“재미있었어. 여자가 꼈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어.”
“여자… ?”
“……”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던 것도 같네. ㅎㅎ”
“나는 가족과 함께가 아닌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여행이라 홀가분 할 줄 알았는데, 역시 가족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네.”
“하지만 이번 여행 궁합은 좋았던 것 같아. 역시 함께하는 사람이 좋으면 여행이 즐거운 거지.”
“맞아. 어디든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떠난다는 게 좋은 거 같아.”
“우리도 다들 바빠서 시간 맞추기 어려웠는데, 어쨌든 오길 잘한 것 같아.”
“과연 ’우리’에게 ‘다음 여행’이 있을까?”
두근두근 상하이여행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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