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캠핑의 매력
준비 없이 캠핑을 시작한 4월 어느 날, 바닥의 냉기 때문에 하룻밤 고생한 뒤, 4월 이전, 10월 이후에는 절대 동계캠핑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이후로 11월부터 3월까지 5개월 동안은 캠핑장비를 꺼내지도 않았었다.
11월 말, 완전히 겨울이라 말하기는 좀 애매한 시기지만 주 중에는 영하권으로 떨어지기도 했고
오늘, 마침 첫눈도 내렸다.
첫눈 치고는 펑펑 내렸다. 보기에는 좋은데 텐트를 치려니, 겨울이라고 손도 조금 시리고... 스노우피크 1인용 텐트는 잠을 자는 곳으로
EXPED 오리온2는 풋프린터와 이너텐트를 제거하고 쉘터로 사용했다.
동계 캠핑에는 차가운 바람을 피해 생활할 쉘터가 필요하다. 물론 쉘터 안이라고 해서 따듯할 리는 없지만 바람을 막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견딜만하다. 또한 바닥이 없어 간단한 취사도 가능하다.
예상보다 눈이 많이 내렸다. 텐트 안으로 눈이 들이치지 않도록 타프를 꺼냈다.
눈 오는 날 텐트 밖에서 경치를 구경하려니 타프가 필요했다.
폴대가 2개 밖에 없었다. 덕분에 살짝 우스운 모양이 되었지만 급조해 만든 것 치고는 그럴싸해 보인다.
타프를 치고 나니 배가 고파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잠시 배도 꺼뜨릴 겸 주변을 산책한다.
첫눈인데 제법 많이 쌓였다.
쌀쌀함이 느껴졌지만 아직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피부를 어루만지는 쌀쌀함 보다, 여미는 옷깃 안으로 느껴지는 따듯함이 좋았다.
아니, 따듯함에 감사할 수 있는 캠핑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겨울 캠핑의 어떤 점이 좋아?
열심히 겨울 캠핑을 부채질하던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평소 장비에 대해 물어보면 술술 잘 대답하던 친구가 한참 말이 없더니...
글쎄요
한적하고
아무런 방해도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또... 생존했다는 느낌?
아무튼 그건 가서 직접 느껴보세요.
말로는 전달하기 힘드네요.
정말 그랬다
사람들은 멋진 풍경은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으니 마음에 담아두라 말하곤 하지만 정작 표현하기 힘든 것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오늘 경험한 첫 겨울 캠핑이었다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고요함 속에 텐트 두 동을 세우고, 손이 시릴 때는 작은 리액터를 켜고 손을 데웠다. 눈을 맞으며 팩을 박고 끈을 팽팽하게 당겨 폴을 세웠다. 그리고 하룻밤 사용할 물건들을 텐트 안에 가지런히 정리했다.
정리를 마치고 나니 어느새 눈이 쌓여있었다. 여름에는 다닥다닥 한 캠핑장이지만 겨울에는 사람도 많지 않다. 덕분에 적막감도 느낄 수 있었다. 손이 시리면 주머니의 핫팩을 만지작 거린다. 가만히 앉아 있으니 '사락사락' 눈이 쌓여 쉘터 아래로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모닥불을 지피면 모닥불 향이 난다. 다른 계절에는 블랜딩 되어 선명하게 느끼지 못하는 감각들이 겨울에는 어루만져질 듯 살아난다.
간단하게 저녁을 데워 먹고 언 손을 녹이며 이런저런 계획했던 일들로 첫 겨울 캠핑의 밤을 채웠다. 물론, 계획의 반도 행하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좋았다. 이 모든 과정이 아름다웠다.
이처럼 내가 행하고 본 것은 그런대로 사진으로 담을 수 있지만 겨울, 자연 속에 생활하며 느낀 매력, 이미지는 그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사진으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다.
안개가 풍경의 반을 가져간
다음날 새벽,
나는 살아있었다. 아직은 겨울의 문턱이라 견딜만했다. 난방기구의 도움 없이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이 어려운 법,
그다음은 쉽다.
겨울 캠핑의 매력,
정답은
'떠나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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