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감이라는 건, 차 뒷좌석에서 자는 거야.
앞자리에는 부모님이 있고, 걱정거리는 아무 것도 없지.
그런데 어느 날 네가 앞자리에 가게 되고 그 안도감은 사라져버려.
그리고 이제는 안 계신 부모님 대신,
네가 누군가를 안심시키는 사람이 될 거야.
결혼에 대하여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해라
봄날 들녁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 쯤은 오랜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정호승
결혼이란 그의 아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