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그냥 지내. 사실 얼마 전에는 병원에 가서 이젠 예전처럼 길가다가 엉엉 울진 않고, 눈에 뭐 들어간 사람 정도로 운다고 이야기했었거든. 예전엔 길을 가다가도 너무 괴로워서 아무것도 신경 안쓰고 엉엉 소리내면서 아이처럼 울었는데, 지금은 조금 더 참을 수 있긴 해. 진짜 니가 봤으면 정말 길가다가 왜저래 하고 째려봤을텐데... 부끄러운 언니가 되면 안되는데 근데 너무 사랑해서 그래. 너무 사랑해서 너를 못보는게 너무 아프고 힘이 들어서 그래. 미안해.
언니가 가끔 미술관 갔다 와서 니가 언니 오자마자 화냈던 적 있잖아. 강아지 산채기 가야하고 냠냠 먹어야하는데 언니가 눈치도 없이 늦게 와서... 언니가 미술관 다녀왔던 이야기 지난 편지에 했었나? 언니 전시회 보러 다녀왔었어. 나는 당연히 전시회 할 때쯤에도 너를 케어해야하는 상황일 거라고 생각해서 사실 전시 못보러 갈 줄 알았거든? 근데 다녀왔어.
그리고 강아지 부끄럽게 많이 울었어...... 해피네 언니라고 하고 많이 울었어.... 그래도 다른 강아지 없을 때 울어서 다른 강아지들 아무도 못봤을 거야. 대체 저 사람은 누구네 보호자래? 하면 해피 부끄러울 수도 있잖아.. 사람이 밝은 분위기를 유지해야 강아지가 기분이 안 불쾌하니까. 그렇지.
홍조 작가님이 그림을 그려주셨는데, 네가 커피한잔 마시고 있는 그림이야. 맨날 언니 커피마시는거 다 봐서는 거기서는 이제 해피가 커피도 마시네 싶기도 하고, 또 네가 두 팔 벌려서 자유롭게 산책하는 그림도 있어. 네가 나 안보이는 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언니가 너무 눈물이 나는거 있지. 먼 곳에서 보내 온 그림 편지 같기도 해서 정말 많이 울었어. 우리가 왜 같이 올 수 없었는지, 너는 지금 왜 내 곁에 없는지 하는 생각도 나서 너무 슬펐어. 나쁜 마음인데, 왜 다른 사람들은 강아지 건강하고, 안 아파서 전시회 오는데, 왜 너는 내 옆에 없는지 하는 생각도 막 들어서 전시회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서도 또 펑펑 울었어.
언니는 정말 욕심도 많고 나쁜 사람인 것 같아. 너도 마지막까지 힘내줬는데 그것도 생각 안하고 왜 조금 더 옆에 없어줬냐고 이런 말이나 하고... 해피 너 섭섭하겠다. 네가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거 아니라고, 우리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꼬리도 흔들어주고, 며칠 응가 못하다가 응가도 해주고, 언니도 바라봐주고 그랬잖아. 언니는 네 말 다 알아들었는데, 이렇게 욕심이 많아서 정말 미안하네. 너도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말했던거 다 알아들었을까? 그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맘 속으로 간절히 바라. 제발 해피가 내가 사랑한다는거 알았길 하는 마음이 들어. 몰랐으면 또 말해줄게. 언니는 너를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해. 아마 너같은 강아지는 다시는 평생 못 만날 것 같아.
또 얼마 전엔 수국을 사왔어. 우리 산책할 때 봤던 꽃들을 사서 두려고 하는데, 네가 수국 앞에서 찍은 사진이 보이더라구. 그래서 수국을 사서 네 사진 옆에 두었어. 너는 꽃 앞에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렇게 고개를 돌리고 귀찮아 했지만, 이런거라도 해줘야 언니 마음이 조금 더 나아져서 그래. 아이고 정말 계속 뭘 해주고 싶은데 어떡하지... 너는 없는데 언니는 계속 너한테 뭐든 해주고싶어. 뭐든 해주고 싶은데, 너는 없으니까 이렇게 편지를 계속 보내.
아, 그리고 언니가 맨날 핸드폰 보고 사진 찍고 하던거 있잖아. 언니가 네 인스타그램, 트위터 계정을 계속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네가 떠나니까 그 계정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참 했어. 그러다 다른 가족을 찾는 강아지 친구들을 위해 쓰려고, 구조, 임시 보호가 필요한 친구들이나 가족을 찾는 친구들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어. 우리 해피도 우리집 못 왔으면 중성화 수술도 하기 전인 2살에 파양되서, 어디로 가서 어떤 일을 겪었을지 언니는 상상도 안돼. 너랑 다를 거 없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고, 뭐라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어.
이제 너에게 직접 언니가 무언가를 해줄 수는 없지만,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부끄럽지 않게 살게. 네가 버려진 것은 하등 너의 잘못이 아니며, 너는 너의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된 멋진 존재였던 것처럼, 다른 강아지들도 무슨 잘못을 해서 보호소에 있으면서 안락사의 위기에 처하는 게 아니잖아. 언니 할 수 있는만큼 잘 해볼게. 강아지들 사이에서 저 사람 괜찮다는 소문이 나고, 그게 다 해피 네 덕이라는 얘기가 돌아서 거기 있는 네가 들을 수 있을 때까지 힘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