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의 "므레모사"를 읽고(2023년 10월 7일 게시)
이 글에는 므레모사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므레모사는 기본적으로는 다크투어에 관한 이야기이다. 화학물질 유출사고로 비극의 땅이 되어버린 ‘므레모사’가 ‘우연적으로’ 당첨된 몇 사람들에 한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유안은 그 다크투어에 당첨된 ‘운 좋은’ 인물 중 한 명이다.
유안은 무용수이다. 그는 과거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은 뒤에 의족을 착용한다. 사람들은 유안의 무용을 여전히 사랑하지만, 유안은 원래 자신의 다리가 남아 있는 것처럼 느끼는 환상통을 겪고 있다. 그는 과거부터 므레모사에 대해 강한 끌림을 겪고 있었다. 므레모사에 대한 무수한 소문 중 특정한 소문이 진실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므레모사는 평화롭고 이상하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이 기대한 것처럼 절망에 빠져 있지도 않다.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은 점점 므레모사에 머물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상하다. 사람들이 이상해진다. 자신의 목적을 잃는다. 유일하게 목적을 잃지 않는 건 유안과 레오이다.
레오는 연인을 찾기 위해 므레모사에 왔다. 암시를 끊임없이 경계하고, 유안과 함께 므레모사의 금지된 구역을 방문한다. 그리고 거기서 진실을 알게 된다.
므레모사에서 이야기할만한 요소가 차고 넘치지만 가장 큰 두 축은 다크투어리즘과 멈춤이다. 다크투어리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다크 투어리즘
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 여행과 다르게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
- 네이버 지식 백과
반성과 교훈. 그것은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을 애도할 때, 혹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경계할 때 일어난다. 다시 말해 반성과 교훈이 가능한 사람은 그 일을 겪지 않은 타자이다. 다크투어는 그 일을 겪지 않은 이들의 특권이다.
레오와 유안을 제외한 투어 참가자들이 암시에 걸린 이유도 이것이다. 암시는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을 당사자로 끌어들이는 일이니까.
고목의 입이 열렸고 유안은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지금까지 끊임없이 속삭여온 목소리임을 알았다. 므레모사 구역 전체에 포진되어 있던 그들이 온몸에서 끌어올린 소리로 가짜 귀환자들을 조종해온 것이다.
떠나지 마. 떠나지 마. 떠나지 마. 떠나지 마.
(므레모사, 163p)
반성, 애도, 교훈은 타자의 언어라면, 당사자의 언어는 형태를 가지지 않는다. 당사자의 언어는 절규이다. 침묵이다. 울음이고 멈춤이며 절망이다.
유안은 왜 므레모사의 일원이 되었을까?
므레모사의 귀환자와 유안은 모두 사고를 겪은 사람들이다. 귀환자들은 화학약품 유출이라는 재난을 겪고 온몸이 마비되기 시작하였고, 유안은 사고로 다리를 잃었다. 그러나 귀환자들과 유안의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멈춤을 선택하였는가, 연명을 선택당했는가이다.
유안은 사고로 다리를 잃은 후 의족을 달았다. 본인은 원치 않았으나 사람들이, 한나가, 유안의 '도약'을 갈망했다. 유안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도약한다. 그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었으나, 자신이 희망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유안이 므레모사에 가기로 한 것은 므레모사의 귀환자들이 스스로 멈춤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연명을 설득하였으나 귀환자들은 연명하지 않았다. 다시 움직이기로 하지 않았다. 유안은 멈춤을 갈망했다. 유안이 므레모사의 일원이 되기로 하는 것은 기대와 상관없는 오롯한 유안의 선택이다.
우리는 연명해야 할까? 도약해야 할까? 멈추고 싶다는 생각은 새로운 욕구가 아니다. 당장 나만 해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몇 년 간 해온 것 같다. 그래서, 이상하게 처음 므레모사를 읽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유안의 선택을 머릿속으로 분석하는 것을 넘어 공감하고 있다.
유안을 변형시키고 므레모사 사람들을 변형시킨 것도 사회였는데, 이들에게 연명과 도약을 권하는 것도 사회라는 게 답답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모든 연명당하는 사람들을 향한 애도를 하기로 한다. 아니, 애도는 타자의 언어니까 울기로 한다. 절망하기로 한다. 그게 당사자의 언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