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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Feb 24. 2024

큰 꿈은 없습니다.

감사편지 열 번째.

저에게는 큰 꿈이 하나 있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루고말겠다는 오기처럼 가진 꿈이었습니다.

어린이집을 오래도록 운영한 것도, [아동복지학]을 늦은 나이에 전공한 것도, [청소년에 대한 논문]을 쓴 것도 사실 이 꿈 때문이었습니다.

늘 입버릇처럼 손나팔 해가며 꿈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의 이 모든 것은 다음의 꿈을 위한 기초 일 뿐이라고.


그 꿈은 [대안학교/청소년 문화센터]였습니다.


써 20년이 지나도록 품은 꿈입니다.

둘째의 못 말리는 사춘기시절.

통상적으로 말하는 우등생의 길을 걸어가 주는 큰아이 덕에, 둘째도 당연히 같은 길로 가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민감한 시기에 타 지역 학교로의 전학은 둘째에게 버거웠나 봅니다.

작은 지방 [ ㅇㅇ고등학교]에 입학을 하자마자 가족회의를 거쳐 자퇴서를 제출했습니다. 대안고등학교를 알아보고 꽤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기숙사형 학교에 입학을 시켰습니다.


지금이야 [청소년 상담센터]등 지원과 상담을 받을 곳이 많이 있지만,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상담할 수 있는 곳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사역을 가슴에 품고, [간디학교]처럼은 아니어도 한 아이 한 아이의 개성이 존중받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꿈이었습니다.



저의 [꿈이 그려진 보물지도]는 누렇게 색이 변하도록 냉장고문에 매달려있었습니다. 하나씩 이루어낸 보물들이 저의 품에 안기어가고,  마지막 한 가지 꿈 [대안학교/청소년 문화센터]만이 남아있을 때 저는 갱년기와 겹친 번아웃이 왔습니다.


무기력이란 공격 앞에 속수무책입니다. 애써 일어나 보려 온 힘을 다해 버둥거리지만, 솜뭉치를 짊어지고 물에 넘어진 나귀꼴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공동체 속에서 [대안학교]에 대한 비이 제시되었습니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닌 삶이기에 그 끈을 얼른 잡았습니다.

그건 하나님 제게 주신 비이라 의심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동역자들이 지원해 주었습니다. 대안학교 설명회 참석 후 돌아오는 차속에서는 꽤나 넓은 토지를 구입한 남편의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대안학교를 최종목표로 한 [작은 도서관]과 [방과후학교]가 시작되었습니다.

손가락하나 까딱하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저의 열정은 다시 시작되었고, 큰 꿈은 확실해져 갔습니다.

믿음이 좋은 건지, 무모한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큰 꿈은 좌초되었습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환경과, 최고 리더의 일관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목표와, 제각기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모든 총알은 저를 향하고 대포알을 넘어 미사일정도의 공격에 저는 형체도 남아있지 않을만치 손상을 입었습니다.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할 새도 없이, 깊은 바닷속인지? 벼랑 끝인지? 모르는 곳에  

몰려 세워져 그냥 숨을 헐떡거리는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거부당한 저의 꿈은 저를 향한 비난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의 야망이었다'라고 전해져 왔습니다.

그런데 그냥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래도 너무나 큰 꿈이었기에, 저의 모든 것들이 부정당한 만신창이 상처로 자그마치 7년이 넘게 그냥 아팠습니다.

언제든. 나의 꿈을 가소롭다 말한, 아니 '나란 자체를 가소롭다 말한다'라고 느끼게 한 이들을 떠날 준비를 하면서.



청년부를 섬기는 리더(동역자)님들께.


제가 청년부를 간사로 섬긴 것도 8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방과후 학교를 같이 섬긴 부목사님의 권유로 청년부를 섬긴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한동안은 이름만 올려진 채 그림자처럼 숨어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고, 한동안은 물질과 기도로만 섬기기도 했었지요.

지난 주일 어느 분이 그러시더군요. 수련회 사진 속에 저는 'center에서 하게 웃고 있었다'라고.

그래요. 제가 변했습니다.


올해 처음 새 가족리더 모임이 있던 날.

분위기 있는 식당도, 카페도 참 좋았었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저처럼 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알아서입니다. 같은 꿈을 꾸동역자가 있다고 느낌이 순간, 저의 모든 것이 지지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때마침 하얀 눈이 펑펑 내려주었지요.


청년부 공동체를 통하여, 진짜 저의 [야망] 일지도 모를 큰 꿈은 [소망]으로 변했습니다.

큰 꿈은 없어졌지만 한꿈으로 살아가는 자로 변화해 갑니다.

함께 한꿈을 꾸어가는 공동체 여러분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2024년 2월 24일 김 미* 간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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