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온 것처럼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는 싫어!!

by 바다의별

'비가 와서 글쓰기 좋은 날'이라 적을 수 있음이 그저 고맙다.


나는 늘 머릿속이 움직인다. 분주하게.

멍 때리는 건 나에겐 그리 쉽지 않은 숙제이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노래 한곡을 집중해서 다 듣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중간에 꼭 삼천포로 생각이 살짝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산만한 건 아닌데(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나는 의미 부여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수시로 글들이 차 오른다.

어느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글 우물이 차 오를 때를 기다린다'는 표현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분의 글은 처음으로 댓글을 달게 했다.


이제 막 삽질하는 그리 깊지 않은 나의 '글 우물'은, 철철 넘쳐 버려 나의 폰은 바쁘다. 기록하느라. 이젠 30초 후면 잊어버리는 나이인지라.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깊고 넓은 글 우물'을 나도 가질 수 있으려나 기대해 본다. 그때쯤이면 나도 글이 차 오르길 고민하며 기다리는 시간도 주어 질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지 않다 보니, 부침개 한 장과 막걸리 한 병. 또는 식혜 한잔. 어떤 날은 방금 믹서기에 돌린 꿀 넣은 달달한 토마토 주스 한잔과 함께, 빗소리를 듣는 호사를 누린다.


이럴 때 폰을 꺼내든다. 마당 한번 찍어주고. 낙수에 '동그란 물그림'도 영상에 담아본다. 그러고 나면 그날의 마음을 일기처럼 적는다. 이렇게 50대를 기록해 두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비가 와서 글쓰기 좋은 날'이라 PS처럼 적어놓는다.



소풍 온 것처럼


어느 원장님이 글로 기록된 소소한 나의 일상을 보면서 '매일이 소풍 온 거 같아요' 그렇게 말해 주었다. '소풍 온 것처럼'이란 시 문구를 좋아했던지라 '소풍 온 것처럼' 사는 삶을 매일매일 기록하기로 했다.


소풍이 늘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던 걸 안다. 소풍 전날부터 잠 못 자며 설레었던 소풍도 있지만, 때론 덥기도 하고, 비가 오기도 하고, 바람 불 때도 있었다.


어릴 적 소풍은 먼 거리를 줄 지어 걸어가야만 했다. 둘둘만 김밥에 음료수 한 병. 때론 삶은 고구마. 사과 몇 알까지 들어있던 가방은 무거웠다.

그리고 다시 십리가 되는 먼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엄마 완전 '한량'이네"


둘째네 집 침대 위에 누워 핸드폰을 뒤적이며 글을 적는 내가 그렇게 보였나 보다.

하필. 책상 위에 바로 앉아서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는 나를 보여주어야 했는데.

그래도 둘째는 내 취향 딱 맞는 달달한 커피와 빵을 배달시키고선 다시 볼일 보러 나갔다.


소풍 온 것처럼 산다는 건 SNS에서 보이는 것처럼 멋지기만 한 삶은 아닐 것이다.

심리상담공부를 하면서 '나'란 누구인지를 그리고 '당신'은 왜 그런지 조금씩 알아내었다.

드라마에서 그랬다.

'가슴 뛰는 일을 선택'하라고.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많은 시간들을 고민해 왔다.


유아교육이라는 도랑을 조금씩 파 보다 보니 우물이 되었고, 이 우물은 온 열정을 다한 삽질을 통해 20년이 넘도록 깊어져갔다.

나의 모든 젊음이 고스란히 녹아내린 우물은, 나만의 색깔 속에 갇혀 도대체 무슨 색으로 변해가고 있는지 잘 모르게 된 시점이 온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버린 나는 우물 바깥세상을 한번 보기로 했다.


나는 몇 년의 시간 동안 버겁지만 조금씩 조금씩 바다의 별이라는 우물을 기어올랐다. 가장자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바깥세상을 두리번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은 한 가지 색이 아니라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참 아름다운 색깔을 지닌 많은 사람과, 일들이 있었음을 이제 보았다.

나만이 옳았다고 악 써가며 밝혀내려 했던 것들을, 그리고 누군가를, 이제 포용의 눈으로 바라보며 우물가장자리에서 뛰어내리려 한다.

지금보다 다른 색깔의 60대 이후의 삶을 위하여.



그렇다고 지나온 나의 삶을 후회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힌다.

난 유아교육자로서 충분히 잘했다. 99 점의 점수를 최선을 다한 나를 위해 망설임 없이 줄 수 있다.


단지 나는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이고 싶지 않을 뿐이다.


감꽃과 수박
유기농 사과
토마토 등등
텃밭 옥수수
비오는날 작약꽃
비 내리는 가을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