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Ⅰ-1

공존Ⅰㅡ 낮과 밤 사이의 세계

by 시선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어둠에 잠긴 저택은 참 고요하다.

이 세계는 과연 어디일까?



르네 마그리트, 「빛의 제국」(1950)

하늘과 땅, 둘은 분명 하나의 공간에 존재하나 서로 다른 시간에 속해 있다. 두 세계는 닿아 있으나, 겹치지 않는다. 그래서 욕심껏 두 세계를 한꺼번에 누릴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매일 두 세계를 번갈아 경험하고 있다.
낮의 세계는 이성의 질서로, 밤의 세계는 감정의 깊이로 빛난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초(Kerze)」(1982)

어린 시절, 여름밤에 전기가 나가면 온 동네가 한순간에 어둠 잠기곤 했다. 그런데 그때 촛불 하나가 얼마나 환하던지... 작은 촛불 하나가 세상을 충분히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그리고, 낮의 빛이 사라져야 비로소 어둠의 빛이 보인다는 사실도.

어른이 된 지금도 다르지 않다.
낮에는 모니터에 여러 개의 창을 띄우고, 정확하고 빠른 문장으로 세상을 정리한다. 그런데 밤이 되면 그 문장들은 허공에 흩어지고, 창밖의 검푸른 하늘과 불빛들 속에서 비로소 나의 감각과 감정이 살아난다.

낮에는 논리와 효율의 언어로 세상을 측정하고, 밤에는 감각과 기억의 언어로 나를 되짚는다.


르네 마그리트, 「백지(The Blank Page)」(1967)

그러나 종종, 낮의 시선이 밤을 덮어버리고 밤의 침묵이 낮을 의심하곤 한다. 그렇게 그 둘은 서로를 배척하면서도, 결국 하나 없이는 다른 하나가 설 수 없는 세계의 두 얼굴이다.

우리는 매일 두 세계를 번갈아 살아간다.


우주에는 달이 한 개뿐이지만,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달을 본다.
-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