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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두 아줌마 Jan 15. 2021

원래, 우린 모두 나비다


사람이 약해지면,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그리고 미래가 너무 불안하면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내게 상처 줬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게 되고 급기야는 허공에 마구 펀치를 날리게 된다. 분노로 이어진 우울감은 언제나 그런 메커니즘으로 스스로를 더욱 깊은 심연으로 밀어 넣는다. 내게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지만, 그런 식의 파괴로 난 더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나도 안다. 갑자기 자신이 없어진 거다. 그러면 활시위를 당길 대상이 필요해진다. 아직 나한테 활을 쏘기는 싫으니까. 하지만 결국 그 화살은 날 향하게 되더라. 지독한 자기 혐오와 함께.     


그 깊은 지옥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는 걸까? 탈출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걸까? 너무 익숙해진 곳이라 그냥 여기 머물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용서하는 방법은 쥐뿔도 모르겠고 현재를 감사하고 기뻐하라는 말도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는 것. 

그건 바로 '무식'해지는 거다. 


머리가 텅 빈 인형처럼 몸을 움직이는 거다. 마음은 물론 안 따라주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처음에는 손가락만 꼼지락, 다음에는 발가락을, 그다음에는 팔을, 다리를, 엉덩이를...  오랜만이라 처음에는 우두둑 소리도 나겠지만 적응되면 괜찮아진다. 그렇게 온몸을 꿈틀꿈틀 움직여 서서히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거다. 온 힘을 다해 꿈틀꿈틀 허물을 깨뜨리고 나오는 무언가처럼...  그러고는 우뚝 서서 내게 한마디한다.

그래, 난 나비였어!     


우린 모두 나비다. 허물 안에 있건 밖에 있건. 

그러니 마음이 힘든 날에는 이렇게 춤을 춰 보는 건 어떨까.

꿈~틀꿈~틀

꿈틀~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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