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한 남자가 등을 보인 채 어둠 속 들판 위에 앉아 있다. 머리 위 별은 잘 보이지 않고 하늘에 떠 있는 달은 흐릿하기만 하다.
남자는 뒤를 힐끗 돌아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인지 확실치가 않다. 원하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지만 어쩐지 그의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것만 같다. 너무 고독하고 쓸쓸해 보이는 등이다.
어디에선가 비추는 빛도 남자와는 무관해 보인다. 오히려 남자는 그 빛을 등지고 앉아 있으니까. 그는 왜 이렇게 힘이 없는가. 왜 세상을 등지고, 빛을 등지고 앉아 있는가.
왜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저리도 애처로워 보이는가. 마지막 남은 빛까지도 모두 짜내어 이젠 남은 빛이 없는 것처럼 초라하고 너덜너덜해 보인다. 그의 영혼처럼...
거인이여.
고야, 그대인가.
아니면 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