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늘은 유튜브 쇼츠 같아

오직 여름이라서 가능했던 모든 것들을 사랑할게, 너도 나의 여름이 되어줘

by seayouletter

여름 하늘은 유튜브 쇼츠 같아. 너는 내게 처음 듣는 문장을 건넸다. 언제나 너는 내가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곤 하지. 그렇다고 그게 이상하다거나 싫은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니까.


마치 유튜브 쇼츠를 보고 난 뒤처럼, 엄청난 하늘들이 휙휙 지나가는데 막상 여름이 지나고 나면 어떤 하늘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해석까지 야무지게 붙여 주는 너. 그런 너를 생각하며 나는 미소지었다. 어쩌면 너는 그렇게도 너 같은지. 그러면 또 나는 너를 사랑하고ㅡ


만약 네가 여름 하늘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 것 같냐고 물어봤다면, 나는 아마 골똘히 고민해 보곤 ‘잔뜩 개구진 표정을 짓는 너’의 얼굴을 닮았다고 이야기해 주었을 거야. 이건 아닌가 싶어서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봐도 나는, 커다란 초록 반팔티를 입고 회색 반바지를 입은 장난꾸러기 사내아이가 웃음기를 머금은 채로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은 질끈 감은 표정이 떠오른단 말이지.


사실은 여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 정확히 말하면 너무나도 싫어하는 축에 속했다고 할 수 있었겠다. 그런데 너도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여름에 대한 그동안의 감정은 과거형으로 남게 될 것 같아. 너와 함께했던 여름의 맛이 나쁘지 않았거든. 크고 몽실거리는 탐스러운 구름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던 날들도, 과즙이 흐르는 새콤달콤한 자두를 먹으며 여름을 만끽하던 날들도, 모든게 다 마음에 안 들고 더워서 짜증이 난다면서도 서로를 열심히 끌어안던 날들도 모두 다 낭만적이지 않니?


나는 이제 여름의 낭만을 더 좋아하게 되었어. 오직 여름이라서 가능했던 모든 것들을 사랑할 테니, 너도 나의 여름이 되어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