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서거에 즈음하여
느즈막이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을 열고 들어선 방 안엔
습기 먹은 공기가 적막과 함께 나를 맞이하고
전등 스위치로 손이 가려다 멈칫,
그대로 의자에 앉아 어둑한 방 안을 응시한다.
실상 방 안을 살펴보는 게 아니라, 그저
눈만 뜬 채 상념의 늪으로 빠져든다.
귀가를 맞아주던 반가운 목소리도
지친 어깨를 풀어주던 따스한 포옹도
이 방엔 없다.
그리움에 시린 가슴만 어둠 속에 덩그러니...
평범한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던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별 세 개가
연이어 스러지는 기막힌 우연.
나와 직접 관련 없을 그들의 죽음이건만
왠지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고이고
가족에 대한 먹먹한 그리움은
눈물과 함께 스러진 별들로 향한다.
사랑도 의로움도 침침한 어둠에 묻히고
문득, 그들을 스쳐간 죽음의 그림자가
내게도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낀다.
하늘에선 별이 떨어지고
땅에서는 고통과 울분의 소리가 요란한데
어두운 밤은 끝 닿은 곳을 알 수 없다.
여기에선 힘겨움과 외로움을 삼키고 있는데
멀리에선 간혹 원망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온다.
탁 트인 수평선을 바라볼 여유도 없이
찜통 더위로 꽉 막힌 내륙의 땅에서
길 잃은 기러기의 날개짓은 힘겹기만 하다.
기댈 곳도 잠시 쉬어갈 여유도 없이...
축 처진 기러기아빠의 어깨 위로
어둠은 점점 두텁게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