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입사한 지 3주가 되었을 때, 배치 면담을 보게 되었습니다. 신입사원이 처음 가게 될 직무를 정하기 위한 시간이 시작된 것이죠. 하지만 사실 저는 이미 가고 싶은 직무를 정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택지로 부여된 A와 B직무 중에서 B를 열심히 어필했죠.
이후 면담이 끝났을 때, 동기들은 제가 B 직무를 희망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을 표했습니다.
왜 그런 곳을 가고 싶어 하냐고 말입니다.
흠... 이제와 생각해 보니 상당히 무례한 질문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아무래도 A 직무가 신입사원들이 많이 선호하는 직무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질문을 들어도 처음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자꾸만 받다 보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고 혹시나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닐까 조금은 후회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이 많아졌을 때, 각 직무에서의 제 미래를 상상해 봤습니다.
하지만 A 직무에 가도 B 직무에 가도 솔직히 '행복한 미래의 나'는 쉽게 상상되지 않았죠.
어느 직무를 가도 그곳에 맞는 괴로움이 있을 것이고 고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선택하는 진로는 온전한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 어떤 선택지가 있어도 그중 어느 것 하나 저에게 정답이 될 순 없는 것입니다.
만약 진로에 대한 고민에서 어떤 선택을 내려도 내가 행복할지 그리고 좋아할지 확신이 없다면 과연 진로 고민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어쩌면 미래에 대한 고민은 생각만큼 그리 무거운 고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미래에 온갖 가정을 붙여봐도 그래봤자 예상은 언제나 빗나가며
뜻하지 않은 행복 혹은 뜻하지 않은 불행은 너무나 쉽게 다가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향한 고민 따위는 아무 쓸데없다는 허무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답이 없다는 말은 곧 오답 또한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내가 현재 무엇을 선택해도 혹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어도 그 길에는 정답이 없는 것처럼 오답도 없습니다.
한 마디로 어떤 길을 가든
그 길을 걷는 자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진로를 고민하는 데 있어서 어느 길이 정답이고 오답인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고민은 무엇일까요?
이번 배치 면담에서 저를 자꾸만 괴롭혔던 것은 "~하더라" 하는 말들이었습니다.
제 성격에 조금이라도 더 맞는 길을 가야 시행착오도 줄이고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을 텐데,
"어떤 길은 이렇다더라 또 다른 길은 저렇다더라" 하는 말은 오히려 저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저에게 필요한 것은 '나'에 대한 고민이구나 하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나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지침서가 완성되겠죠.
그리고 지침서가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조금이라도 더 오래 걸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아마 몇 번은 더 진로를 정해야 하는 순간이 올 텐데...
그때는 불안에 떨며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에 대한 확신으로 빠르게 발을 내딛는 시간이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