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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 Jul 21. 2024

[2] 과거에 대한 끄적거림

네이버 웹툰, <별이삼샵>의 표지

힘겹게 오르는 대중교통, 곧 다가올 회사의 모습 그리고 바로 만나게 될 업무 메일들

언제나 사람의 힘을 쏙 빼놓는 출근 길인 만큼... 잠깐이나마 버스나 지하철에서 즐기는 웹툰과 노래는 조금이라도 출근의 우울함을 덜어줍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출근 셔틀버스에서 정주행 할 웹툰을 찾아서 보는 편인데요. 요즘은 네이버 일요 웹툰 <별이삼샵>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별이삼샵>은 2006~7년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웹툰입니다. 여러 등장인물들 중에서도 수원효림 커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만화가 진행되는데요. 수원효림의 로맨스 이야기도 물론 재미있지만 사실 저에게는 그 주변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절 특유의 미성숙함이 팍팍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중간 지대입니다. 이미 몸은 자랄 만큼 자랐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정서적인 독립이 대략 이루어진 시기이죠. 그렇기 때문에 자아가 생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진로, 이성과의 관계 그리고 우정 문제 등의 고민거리들이 터져나가는 시기이기도 하죠. 


그러다 보니 결국 고등학교 시절은 자아가 막 생긴 사람들끼리 처음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경험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때는 무엇이든 미숙하여 실수를 하고 만회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됩니다.


그 과정이 <별이삼샵>에서도 가감 없이 나타납니다. 그래서인지 웹툰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와 실생활에서 모두 실수 투성이었던 제 과거도 생각나고 제 친구들의 모습들도 많이 겹쳐 보였습니다. 참 부끄럽기도 하더라고요ㅎㅎㅎ


왜 이때는 그렇게도 불안정한 모습이 감춰지지 않는 것일까요? 저는 그것이 불안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것도 '사랑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 말입니다. 


내 친구들이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내가 이 그룹에 어울리는 사람이 맞을까? 

학교에서 혼자 다니게 되면 어쩌지. 


흔히 말하는 왕따가 되는 것이 가장 두렵던 시절이기에 더욱 친구 관계가 중요했습니다. 때문에 되도록 많은 친구들에게 호감 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죠. 이제와 생각해 보면 욕심이었던 그 마음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기도 하고 해야 할 말을 못 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이불킥의 순간들이 생성되고 그 과거를 곱씹을 때마다 부끄럽기 짝이 없죠.


"도대체 왜 그랬던 거지?" 하는 의문으로 시작하는 이불킥은 자연스럽게 과거의 저를 미워하는 계기가 되었었습니다. 짜증 날 정도로 미숙하고 아무것도 몰랐던 과거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별이삼샵>을 보며 고등학교 시절의 제가 보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웹툰이라는 창으로 새롭게 과거의 모습들을 보니 한심함보다는 측은함이 더 떠올랐습니다. 당시의 무겁던 고민들이 얼마나 가볍게 날아갈 수 있는지 이제는 알고 있으며 결국 그 미숙함도 언젠간 겪어야 했던 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것 참 힘들긴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나도 나름 최선을 다하긴 했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제야 좀 과거를 떠올리는 일들이 마냥 괴롭지만은 않더라고요. 게다가 부끄러웠던 기억들 속에 감춰져 있던 즐거운 기억들도 몇 가지 새롭게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한심하기만 했던 과거가 아니라 가끔 한심했고 꽤나 자주 즐겁기도 했으며 때때로 우울했던 과거가 되었습니다.


성숙함은 곧 성장의 결과를 의미합니다. 결국 미숙했던 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죠. 따라서 현재 자신의 미숙함 때문에 괴롭다면 그것은 언젠가 다가올 성숙한 자신을 위한 예행연습일 것이며 과거의 미숙함 때문에 괴롭다면 그것은 이미 성장한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삶의 어떤 순간이라도 그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며 당연히 겪어야 할 과정 속에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러모로 부족한 지금의 순간들을 언젠간 회상할 미래의 저는 너무 과거의 스스로를 미워하지 말고 그저 웃어넘기며 하나의 좋은 에피소드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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