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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 Aug 05. 2024

[4] 일상에 대한 끄적거림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대한 이야기가 서두에 나오나 영화 감상에는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이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일말의 스포일러도 없는 영화 감상을 원하신다면 영화 감상 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7월에 개봉한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에 사는 한 화장실 청소부의 일상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반복되는 출근과 퇴근 그리고 잊을 때마다 찾아오는 휴일이 영화에선 계속 반복되죠.


하지만 제목인 '완벽한 나날들'이 무색하게 영화 속 주인공의 일상은 그리 완벽하진 않습니다.


매일마다 청소해야 하는 도쿄의 화장실들이 있고

같이 일하는 사내는 게으르며 일터에 여자친구까지 데려와 돈을 빌려가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더러운 사람 취급하여 

주인공이 보는 앞에서 그와 손이 닿은 아이를 타박하듯 씻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에 '완벽'이 들어간 이유는


청소 끝에 잠시 본 하늘이 완벽하리만치 푸르며

게으른 동료가 데려온 여자친구 덕분에 자신의 취향이 인정받았고

부모에게 타박받은 아이는 그에게 미소를 보이며 손을 흔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그 속에 계속해서 변주가 생기고 그 사소한 다름 속에서 예상치 못한 것들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일상이란 결코 완결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됩니다.


죽음이 다가오지 않는 한 계속해서 아침엔 눈을 뜨고 오늘의 과업을 이어나가야 하며 정해진 시간만큼 잠을 자야 합니다. 작은 단위의 일들은 시작과 끝이 분명하여 완결성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나 무언가 끝이 나면 무언가 시작되고 이것이 무한히 반복되기에 우리의 일상에 결코 완결은 없습니다.


무언가의 끝이 없다는 것은 평가를 내릴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평가는 어떤 것이 끝났을 때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뭐... 일상이라는 것도 죽음이라는 끝이 있어 누군가는 이를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정작 평가의 대상자는 그것을 듣지 못하고 영향을 받지도 못하니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따라서 평가가 존재하지 않기에 일상에는 성공도 실패도 없습니다. 단지 그 과정만이 존재할 뿐이죠. 이것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것을 원하다 보니 뚜렷한 정답지가 있고 거기에 맞춰 살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정답이 없는 일상들은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길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변주가 존재할 틈이 생기는 것이죠. 


어제와 같은 하루의 반복처럼 보이지만

처음 들은 음악이 다르고

처음 맞이한 풍경이 다르며

만나는 사람의 표정이 다릅니다.


지금 겪는 고통은 언젠가 성취로 변할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한순간의 불쾌함이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순간의 행복이 있을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이러한 약간의 변주들과 우연들이 지금의 순간을 유일한 순간으로 만들어 줍니다.


오늘도 참 힘든 날들이었을 수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과거에 대한 후회 그리고 현재의 피로함으로 가득한 하루였을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살아간 오늘 하루는

앞으로의 인생에서 유일한 하루일 것입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며

행복한 순간이 더 많은 하루는 

언젠가 반드시 우리들을 찾아올 것입니다.


그 하루가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오기를 바라며

오늘의 일상도 무사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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