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글을 보고 느낀 점을 쓰시오.
한국에서 국어 수업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아봤을 질문입니다.
내 느낀 점을 쓰라니... 어디서부터 써야 하지?
저 선생님은 그냥 '좋았다'라고만 써도 뭐라 하지 않을 선생님이었나? 솔직히 별 감정 안 드는데...
느낀 점을 쓰라는 질문 이외에도 무언가에 대해 글을 쓰라는 요구는 항상 저를 막막하게 하고 마치 아득한 벽을 마주한 듯한 감정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스스로도 무얼 어떻게 느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쓰고 남에게 보여주기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글쓰기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사실 많이 쓰기도 했습니다.
수업 중 친구와 나눈 메모지
국어 지문 옆에 마치 댓글처럼 쓰여 있는 나의 가벼운 감상
선생님의 농담에 몰래 답변하듯 연습장에 쓴 문장들
작심하고 글을 쓰라고 할 때는 안 써지던 것이 낙서처럼 쓸 때는 술술 써진 것이죠.
간혹 방 정리를 하면서 과거에 썼던 노트나 교과서를 보다 보면 그렇게 쉽게 쓰인 짤막한 글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반 정도는 혼자 낄낄대며 읽지만 반 정도는 내심 놀라면서 읽습니다. "이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놈이었단 말이야?" 라면서 말입니다. 실제로 누군가에 대한 감정이 정말 솔직하게 드러나는 낙서를 읽어보면 '이렇게까지 생각할 거리는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면 '글'에는 어떠한 힘이 숨겨져 있음을 실감합니다. 장난 같은 짧은 글에도 내 내면의 편린이 숨겨 있는데 조금이라도 작정하고 쓴 글에는 '나 자신'이 얼마나 많이 드러날까요?
성인이 된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자발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쓰는 중입니다. 주로 영화나 책에 대한 후기를 올리는 편인데, 포스팅을 하나씩 올릴 때마다 늘 새로운 기분이 듭니다. 왜냐하면 영화나 책을 볼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피어나기 때문이죠. 그럴 때면 이런 생각들은 어디에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 생각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가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이유가 등장합니다.
글은 분명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끌어내는 힘이죠.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그 힘을 이용하며 조금씩 제 머리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발견하게 될 '자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저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분명 저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조금이라도 행복에 다가갈 수 있을지 알아가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거기에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생각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따라서 금주부터는 블로그처럼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보다는 직접 떠오른 주제에 대한 생각을 끄적거려 볼 계획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적어도 왜 이런 글들을 올리게 되었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잘 부탁드린다는 마음으로 우선 <프롤로그>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다음 끄적거림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