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보지 못할 이면에 대하여

by Seb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것들을 지금은 많이 잊어먹었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남은 지식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매일마다 떠오르게 되는 것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달'에 대한 내용입니다.


지구에 조수간만의 차이를 만들어 다양한 생태계와 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고 때론 방향과 시간의 기준이 되어주기도 하는 달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나 '동주기 자전'이라고 생각됩니다. 달의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일치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 때문에 지구에선 달의 앞면만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결국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안 절대로 달의 일부분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분명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임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달의 한 면만을 평생 보게 된다는 것이 참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 사실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은 이유는 단지 지구와 달에게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론 정말 가깝다고 생각한 관계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이면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직장 동료의 결혼식에 갔다가 크게 느꼈는데요. 저의 사수가 아들을 데려오면서 아버지로서의 사수를 처음 보게 된 것입니다. 분명 같은 일을 하는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본 아버지로서의 사수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목소리 톤부터 사용하는 단어나 표정까지 전부 달랐던 것이죠. 아들을 대하는 것과 직장 동료를 대하는 것은 당연히 엄청난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같은 사람이었다고는 하기 힘들 만큼 또 다른 이면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던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에게 이면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관계에 대하여 복잡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저 사람이 보여주는 표정과 마음은 진심이기는 할까 그리고 또 다른 이면에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은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의 이면을 인지하는 순간이라고 생각됩니다. 새로운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생긴 생각과 마음들이 평소에 파악했던 스스로의 모습과 다른 경우들이 있는 것이죠. 타인의 이면이야 시간을 들여서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지만 자신의 이면은 평생을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넘길 수가 없습니다.


이는 결국 수많은 인문학과 철학을 가져와서 스스로와 타인의 내면을 알려고 노력해도 끝끝내 보지 못하는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이겠죠. 달의 이면은 우주 너머로 카메라를 보내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때론 참 힘을 빠지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을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억지로 끄집어내려고 하면 안 되겠지만 타인과 자신에게 여러 면이 있다는 자연스러운 인식은 사람을 간단한 단어로만 설명하지 않게 만듭니다. 이것이 더욱 다양한 상상과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한 사람을 규정짓고자 하는 기초수급자, 00 업계 종사인, 장애인, 노숙자 등의 단어를 넘어서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하게 만들어주고 단순한 관계를 넘어 정서적인 교류가 가능해지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죠.


따라서 달의 이면을 알고자 했던 인간의 노력 덕분에 더 넓은 우주를 볼 수 있게 된 것처럼 자신과 타인의 이면에 대한 인식은 어쩌면 나의 삶을 더욱 넓혀주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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