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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바스찬 Apr 07. 2021

겁내지 마

1

나는, 아주 커다란 공포증이 하나 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의 공포가 아닌, 존재하지 않는 것의 공포증이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밖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사람은 날 포함해서 세 명이다. 그 친구들은 나보다 신체도 크고, 운동신경도 발달된 친구들이었다. 내가 축구에서 그들을 이기면 무척 겁이 났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나는 자기들이 졌다고 생각하며 싸우고, 나를 때리려고 할 것만 같았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작은 곰인형이 있었다. 그 인형을 정말로 아끼고 사랑했지만, 1년이 지난 나는 그 인형이 질려서 쓰레기장에 버렸다. 그리고 그 날밤에 나는 잠을 자려고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았고 문틈에서 불빛이 들어오는 것을 집중하면서 보고 있다. 그런데 작은 체형의 그림자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이불을 꼭 덮어 숨을 크게 내쉰다. 문이 열리고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지고, 이불속에선 숨이 막혀 숨도 제대로 못 쉴 거 같아 이불을 내리고 숨을 내쉬는 순간 내 옆에는 곰돌이 인형이 날 보고 있었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며 눈을 뜨니 침대였고, 내 손에는 곰돌이 인형이 있었다.


내 소개가 늦었다. 내 이름은 '권재기'이다. 나이는 어느덧 29살이 되었고, 아홉수다. 나는 여러 가지의 아르바이트를 해왔지만, 모두 2주일 만에 잘리고, 또 잘렸다. 심지어 편의점 점장님은 나보고 밖에 나가서 일할 생각하지 마라며 나에게 삿대질을 하며 밖으로 내쫓았다. 일도 못하고, 일머리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컴퓨터로 동영상을 보는 것뿐이다.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정말 고민을 했다. 태어난 지 29년 만에 고민을 한 거면, 아직 인생의 반도 안 지난 거니 빨리한 거라고 생각이 든다.


엄마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본다. 아마도 아주머니끼리 반상회 자리에서 '우리 애는 일을 못해요'라는 말을 하며 나를 비웃을 것이다. 너무나도 싫다. 끔찍하다. 아빠도 공장 현장에서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며 '우리 아들놈은 일할 생각은 안 하고 허구한 날 집에 처박혀서 게임이나 하고 있겠지'라는 말을 하며 나를 비하할 것이다. 정말 내 이미지 어떡하면 좋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만약에 판사였고, 돈도 많이 벌며 벌써 결혼을 해 아이를 다섯이나 낳아 성공한 집안으로 계속해서 살고 있었다면...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러기 위해선 내 인생을 다시 8살로 돌아가야 한다. 그때부터 국어, 수학, 과학, 사회, 영어, 음악 공부를 매일매일 하며 성정을 올리고, 9살에는 전국 초등학교에서 1등을 하며, 나의 모습이 신문에도 실리고 뉴스에 나와 인터뷰도 하며 나를 좋아하던 여학생들이 나에게 꽃과 선물, 사랑을 줄 것이다. 그렇게 14살이 되었을 땐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며 기본 점수 이상을 맞춘 다음 17살에 대학교를 준비하며 너무 어리지만, 받아줄 곳을 찾아 전국에 가장 유명한 대학교로 들어가서 최연소 학생이 되어, 열심히 다녀 CC를 하고 여자 친구와 연애를 3년을 해 20살이 되는 날 결혼을 하며 아이를 낳고, 5명의 아들과 딸들과 함께 오순도순 첫 째는 국어, 둘 째는 수학, 셋 째는 과학을 넷 째는 사회공부를 시키고 막둥이는 영어를 시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재로 키우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지난 간 일이다. 나는 지금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무언가를 안 하면 정말 30살에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빛이 나는 20대의 마지막을 헛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는 유튜브를 본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은 여러 가지의 영상으로 날 유혹한다. 그리고, 하나의 영상을 보게 된다. '흉가 체험'이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이 영상을 재생한다. 한 남자가 나타나 인사를 하고, 어두컴컴한 길을 혼자서 걸어가 썩어 문드러진 벽과 바닥, 곰팡이와 쓰레기, 벌레, 오물들로 가득한 폐가를 보며 이상현상을 감지한다. 실제상황 100% 주작 없는 방송이라고 한다.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와 영상을 끝낸다. 궁금증이 생긴 나는 이 영상을 만든 사람에 대해 정보를 검색했더니 나이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적은 24살 남자였다. 구독자는 벌써 30만 명이고, 방송을 한지는 1년이라고 한다. 수익은 정확하지 않지만 대충 확인한 결과 거의 3천 이상은 번다고 한다. 나는 눈이 번쩍 뜨게 된다. 그리고 당장 장비들을 구매하려고 하지만, 거기서 끔찍한 일을 당하면 어떡하지? 너무나도 무섭다. 곰돌이 인형처럼 나를 바라보고, 나를 지켜보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일 안 하고 금방 죽는 것보다 뭔가를 하며 돈을 버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겁이 난다. 안 돼. 나는 절대로 겁을 내선 안 돼. 엄마 아빠가 날 한심하게 쳐다보잖아. 친구도 없잖아. 이건 나를 알리는 것과 동시에 돈을 벌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야. 그래.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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