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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바스찬 Apr 07. 2021

겁내지 마

3

'내가 아까 깨우니까 움직이지도 않더니! 여태 잔 거니?!' 엄마는 나를 향해 잔소리를 하신다. 나는 시계를 보면서 자리에 벌떡 일어나 카디건을 챙겨입니다. 그러자 엄마는 어디 가냐며 내 등짝을 때리시는데, 하필이면 손에 닿지 않는 부분을 찰지게도 때리신다. 아픈데 손은 닿지 않아 참으로 고통스럽다. 밥 먹으라는 말씀에 나는 식탁에 앉는다. 밥상을 쳐다보니 해물찜이다. 이렇게 푸짐한 음식을 먹는 건 우리 집 밖에 없을 것 같다. 해물찜을 먹으며 나는 밥을 우걱우걱 먹기 시작한다. 엄마 아빠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시며 들고 계시던 숟가락 마저 떨어뜨린다. 맛있어서 먹는 것도 있지만, 밥을 안 먹으면 흉가에서 절대로 힘을 못쓰고 쓰러질게 뻔하기 때문에 정신을 단련하기 위해서 먹는다. 밥을 두 공기, 세공 기를 먹고 혼자서 해물찜 2인분을 다 먹는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 밖으로 나간다.


밖에서 흉가를 찾기 위해 나는 여러 곳을 두리번거린다. 마침 집 뒤에 아무도 안 사는 오래된 저택이 있는데 거기로 갈 생각을 하고 나는 신나게 걸어갔다. 저택 앞에 서서 집을 크게 훑어보곤, 카메라를 들기 시작하자 갑자기 옆에서 손이 튀어나온다. 깜짝 놀란 나는 뒤로 넘어졌더니 한 아저씨가 나를 향해 물어본다. '자네 지금 여기서 뭐하는가?' 나는 놀란 표정으로 '네?'라고 물어보며 '누구세요?'라고 말하자 저택을 어제 구입한 집주인이라고 한다. 아저씨는 자기 집을 무단으로 촬영한 나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그 폰을 들어 저택 쪽으로 던지고 도망쳤다. 


열심히 달려온 나는 다시 흉가를 찾기 시작했다. 저렇게 편하게 집 앞이라서 왔다 갔다 하기도 쉬운 곳인데, 정말 슬프다. 이래서 돈 벌기 힘들다는 말을 하는 것일까 싶다. 휴대폰을 바라본 나는 SNS에 올린 나의 영상의 조회수를 살펴보았다. 조회수가 3이다. 세 명이나... 나는 너무나도 감격받았다. 인터넷 방송이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인터넷 방송을 켜며 셀카로 간다. 열심히 걸으며 카메라는 신경 안 쓰는 척 노래를 듣는 척하며 흥얼흥얼 거리다가 잠시 휴대폰을 내리며 걷고 있는 나의 다리를 찍는다. 몇 명이 입장했는지 확인하지만 아직까지도 0명이다. 그렇게 흉가를 계속해서 찾아 떠난다. 열심히 걷고 또 걷고 또 걷는 나는 집에서 30분이나 떨어진 곳인 '귀한 마을'에 도착한다. 귀한 마을이 귀하다의 귀한 이 아니다. 그냥 이름이 귀한이다. 


귀한 마을에는 인기척이 안 들린다. 지나갈 때 개가 날 쳐다보며 으르렁 대고, 짖기도 한다. 슬슬 지치기 시작한 나는 버스정류장에 있는 벤치에 앉는다. 조용하고, 귀뚜라미 우는소리에 불빛도 없어 어두컴컴하다. 무언가가 내 뒤에서 나를 쳐다보는 기분이 들어 계속해서 뒤를 움찔움찔하며 돌아보게 된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아직도 사람은 내 방송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방송을 껐다. 혹시나 해서 단체 채팅방을 확인했는데, 거기서도 숫자만 사라지고 아무도 대답을 안 했다. 나는 방송을 끄려던 참에 한 사람이 들어온다. 나는 반가 위서 인사를 크게 하자 나갔다. 너무나도 눈물이 났지만 일단 잠시 방송을 껐다. 휴대폰에 배터리가 없어 충전을 해야 하는데, 보조배터리를 집에 놔두고 와서 다시 집으로 향한다.


천천히 길을 걷던 중 나는 다시 뒤를 둘러본다. 자꾸 누군가가 나를 따라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동안 나는 여러 가지의 후회를 하게 된다. 차라리 150만 원으로 공부했으면 공무원 시험을 봤겠다... 그렇게 나는 점점 내 몸을 감싸 안으며 걸어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의 시선으로부터 점점 나는 무서워진다. 두려워지고, 어두운 길이 빨리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 그러자 나는 돌멩이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넘어진 나는 깜짝 놀라며 앞으로 달려간다. 앞이 더더욱 안 보여 무서워진 나는 휴대폰에 플래시를 켜고 달려가는 순간 담벼락이 나온다. 깜짝 놀란 나는 자리에 멈춰서 벽을 쳐다본다. 굉장히 오래된 담벼락이라 갈라지고, 넝쿨이 무성하게 있다. 사이사이에 벌레도 기어가는 게 완벽한 흉가다. 이 담벼락을 따라가다 대문을 본다. 굉장히 오래됐다. 그리고 천천히 따라가다 스프레이 낙서를 본다. 침을 꿀꺽 삼키며 이 집을 바라본다. 굉장히 오래된 집이고, 아무도 안 산다는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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