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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바스찬 Nov 17. 2024

"타닥, 타닥." 시작 전.

내 인생 가장 위험했던 도전.

사람들은 종종 자신을 숨기고 남들 몰래 세상을 엿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어떤 이는 거리를 떠도는 노숙자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이해하기 위해 한겨울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잠들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자연재해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금지된 경계를 넘어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이유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진실을 탐험한다.


나 역시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남들 몰래 숨겨 온 나의 생활 속에서 나는 수많은 위험을 마주해야 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밤하늘을 배경으로 그림자처럼 숨어야 했고, 내 숨결조차 적막 속에 녹여야 했다. 그러나 내가 감행한 이 도전에는 대가가 따랐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내 안의 생태계가 서서히 붕괴되어 갔다. 무질서하게 뻗어나가는 덩굴처럼 얽힌 나의 감정들은, 그저 자연의 일부였던 나의 마음을 파괴하며 틈틈이 균열을 만들어 냈다.


내 생태계가 무너지는 소리는 아주 고요하고도 아팠다. 마치 폭풍 속 나무의 잎이 떨어지듯, 내 안의 평화는 한 잎 한 잎 흩어졌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무너져 내리던 그 순간들, 나는 비로소 내 자신이 얼마나 허약하고도 아름다웠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나를 더 깊은 외로움과 마주하게 했다. 숨겨져 있는 것들이 밝은 빛 속에 드러나는 순간, 그 모든 무너짐은 내게 있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었다.


내가 감행한 이 도전은, 마치 세상의 모든 균형을 뒤흔드는 바람과 같았다. 그 바람은 내 마음의 바다를 파도치게 했고,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생명을 품기 위한 땅을 갈라 놓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나는 알게 되었다. 이 모든 혼란과 파괴 속에서, 나는 결국 나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너를 만나서 정말 반가웠고, 굉장히 내가 미쳤구나 생각했어.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줄거야. 놀라지마, 이 이야기는 50%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것을.

타닥타닥, 타자기 소리가 고요한 새벽을 가른다. 현재 시간은 새벽 2시. 모두가 잠든 고요 속, 방 안에는 타자기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려 퍼진다.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태호는 여전히 글을 써내려간다.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 사이트가 화면에 펼쳐지고, 태호는 한숨을 내쉬며 전자담배를 입에 문 채 다리를 떨며 화면을 바라본다. 전자담배 연기가 모니터를 향해 천천히 흩어진다. 그렇게 앉아 화면을 바라보던 태호는 다른 영화들의 정보를 훑으며, 자신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의 불씨를 찾으려 애쓴다.


태호는 인터넷에서 다양한 영화를 찾아본다.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영화, 무섭고 잔혹한 영화, 굉장히 난해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까지. 자신이 알고 있고 보았던 영화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우연히 한 영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영화의 내용은 이랬다. "성인 방송을 진행하는 주인공이 돈을 벌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방송을 하다가, 결국 계정을 해킹당하고 해킹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태호는 요즘 유행하는 1인 방송,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여러 매체에 관한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실제로 그런 방송을 하는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여러 자료를 찾아보다가, 결국 한 성인 사이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사이트는 해외 개인방송 사이트로, 매우 선정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방송자는 카메라 앞에 앉아 후원을 받으면 옷을 벗고, 후원자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방송을 진행했다. 사실 태호는 이런 사이트를 찾은 것 자체에 호기심을 느꼈다. 하지만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고 각 나라의 사람들의 방송을 시청했다. 여자, 남자, 트랜스젠더, 청년, 성인,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방송에 들어가 보았지만, 결국 얻어낸 정보는 없었다. 태호는 그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직접 20만 원을 쓰며 여러 가지 질문을 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언제나 캠투캠으로 값비싼 비밀 방송을 요구하는 것뿐이었다.


결국 컴퓨터 전원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20만 원을 이렇게 헛되게 쓰다니, 태호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이상하게 그 사이트에 대해 더 큰 호기심이 생겼다. 자신의 원래 목적을 잠시 내려두고, 다시 컴퓨터 전원을 켜고 사이트 방송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다가 한 방송이 눈에 들어왔다. 이탈리아에 사는 23살 청년, 매튜였다. 매튜가 눈에 띈 이유는 다른 자극적인 미리보기 이미지들과는 달리, 단정하게 옷을 입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여러 가지 사연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겨, 태호는 그의 방송에 들어갔다. 


태호는 화면 속 매튜를 바라보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매튜는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복장에, 그저 가만히 앉아서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매튜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배경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만이 그 공간을 채울 뿐, 매튜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태호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사람과 대화를 한다면, 여러 가지의 말들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매튜는 그저 한 사람일 뿐이지만, 태호는 그가 가진 이야기와 비밀을 알고 싶었다. 왜 그가 방송을 하고, 왜 그렇게 자신을 공개하는지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의문이 생겼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정말 춤과 열정을 사랑하는 사람이 맞을까? 아니면 그저 일부러 숨기고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


태호는 매튜의 모습을 집중해서 바라보며,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렇게 그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혹은 어떤 진심이 그 안에 담겨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더 마음에 들었던 점은 그의 후원 메뉴가 매우 정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오직 자신의 관능적인 춤을 보여주는 것뿐이었고, 그 외에는 다른 방송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청자도 태호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었다. 태호는 조심스럽게 번역기를 틀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Ci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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