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
연애의 탄생에서 결실까지, 남녀의 심리를 꿰뚫는 놀라운 통찰력.
유쾌한 연애술사 알랭 드 보통의 손으로 새롭게 빚어낸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하며, 지적인 연애소설.
알랭 드 보통의 이름은 간간히 접해와서 익숙했지만, 그의 책을 직접 접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상당히 인지도가 있는 편인데, 왜 이렇게 늦게서야 그의 책을 만나게 된걸까...
[우리는 사랑일까]는 연애 소설이다.
알랭 드 보통이 펴낸 몇 권 안되는 소설 중에서 초기작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인 연애소설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그것은 이 소설이 일반적인 연애 촉을 자극하거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멜로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무얼까?
[우리는 사랑일까]는 연애를 시작하고 이끌어가는 과정 중의 남녀의 심리를 굉장히 통찰력있게 풀어가고 있다. 앨리스라는 여주인공의 시선에서 소설은 전개되고 있지만, 남녀 모두의 심리를 다 담아내고 있다. 읽어가는 내내, 내가 들키고 싶지 않았던, 하지만 우아하게 감추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가치관들이 모두 낱낱이 파헤쳐지는 느낌이 들어 부끄러웠다. 그만큼 앨리스는 어느 면에서 나와 많이 닮아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느끼게끔 한 것이 작가의 의도였는지도 모르고...
책 속에는 연애소설에서는 정말 보기 드물게 남녀관계에 대한 도식들이 삽입되어 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던 도식들은 후반부에 가서는 남녀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책소개 글에도 도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알랭 드 보통의 글이 지닌 매력 가운데 하나는 바로 그가 생각하는 인물에 대한 탐구와 사상들을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소설 형식에서는 쓰이지 않는 그림과 표 등 시각적인 도식들을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것이다. 왜 소설에 그림을 넣으면 안 되는가? 오히려 이것들은 복잡한 로맨스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남녀의 심리구조를 대비한다든가 연애의 진행상황을 설명함에 있어 이보다 더 확실한 도구는 없는 듯하다. (책 소개 글에서 인용)
"보는 것은 항상 다른 요소에 의해 보강된다. 심지어 이미 알고 있거나 바라는 것에 따라 보는 것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는 눈 앞에 있는 것을 곧이곧대로 보지 않고, 이미 인식하고 있는 영상으로 눈을 가리고 힐끗 쳐다볼 뿐이다. ..... 우리는 겨우 몇 단계로만 사람을 그린다-첫 만남에서, 오래 안 만난 후에, 야단법석 중에, 병을 앓은 후에, 그런 때에 비로소 게으른 시각을 일깨우는 뭔가가 생긴다.그 결과는 당혹스러웠다. 에릭의 한두 마디에 그녀는 문득 그 남자가 평범하기 그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그 남자의 태도는 훌륭한 품위의 상징으로 보이지 않았다. ..... 집주인이 와인을 따르고 에릭이 콩 요리를 떠서 담는 사이, 그녀는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이] 생각했다. 그이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이구나.-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한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점을 과장하는 흥미로운 과정"이라는 유명한 경구의 진부한 메아리였다.-368p "
앨리스의 감정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나의 감정을 되돌아보았다. 책을 덮고 나서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정말 충분히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