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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있습니까

[죽여 마땅한 사람들]과 [컨설턴트]를 통해 나타난 살인의 모습들

by 변미용
당신에게도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있습니까
우리가 믿어온 선과 악,
인간성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

살인은 분명 나쁜 짓이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런데 여기,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발칙한 제목에 반전, 또 반전을 되풀이하는 흥미로운 소설이 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 작가는 뛰어난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살인의 당위를 만들어낸다. 보통 억울한 경우를 당하거나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갈 끔직한 일을 겪어도 대부분의 경우는 상처를 안고 끙끙대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소설 속의 여주인공 릴리는 심판에 나선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릴리의 시점을 빌어 우리에게 묻는다. 다시는 전과 같은 인생을 살 수 없게 만든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흔적도 없이 완벽하게 그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의 대답은 독자 몫이다.

사람이 사람을 살인으로 심판할 수 있는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어느새 살인자를 응원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위의 박스 글은 출판사 서평이다. 그러나 나는 살인자를 응원하지 않는 독자에 해당했다. 릴리가 살인을 해야 할 당위는 있으나, 그러나 릴리에게 살인은 너무도 쉬웠다. 고양이를 살해하고 은폐하던 맨처음부터 그녀에게 살인은 그저 너무도 가벼운 일처럼 보였다. 게다가 마지막의 살해 동기는 조금 언짢아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정말 흥미진진하다.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 전개가 좀처럼 책읽기를 멈출 수 없게 했다.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니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릴리 아버지의 편지가 어떤 의미로 해석되어 엔딩을 장식할지 무척 기대가 된다.


2010년 세계문학상 수상작도 살인을 다룬 소설이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은 언제나 책앞의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데 2010년 수상작을 만나면서, 임성순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참신함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기발한 상상력과 그럼에도 불구한 탄탄한 구도.

소설 [컨설턴트]의 주인공은 '컨설턴트'이다.

말 그대로 그의 직업이 구조조정의 시나리오를 작성해주는 컨설턴트이다. 물론, 그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사람의 목숨을 구조조정한다는데 문제성이 있기는 하다.

여기서 독자인 내가 '문제성이 있기는 하다.'라고 말을 하는 이유는 소설을 읽어보면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난 살인을 찬성하거나 옹호하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직업에 대해 조금의 문제성 운운하는 것은, 그가 내세운 자기 정당성이 너무나 그럴 듯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벽하기까지 하다. 감탄할 정도로... 이 부분에서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릴리와 일맥상통한다.

임성순 작가는 [컨설턴트]를 통해 말한다.

자기가 정당하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들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로 인해서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그런 사람들에게 읽히기 하고 싶었단다.


소설 두 권을 가지고 살인의 폐해에 대해 거창하게 논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뉴스를 통해 빈번하게 드러나는 살인의 모습들이 너무 즉흥적이고 너무 잔인해져서 두렵고 안타깝다.

누구에게든 상처 주지 말고, 죄짓지 말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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