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서재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없는 남자들]

by 변미용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읽고나면 가슴속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공허하고, 어쩐지 쓸쓸해지기도 하다.

한때 하루키에 푹 빠져있던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상실의 시대]부터 시작하여 하루키식 표현에 이끌렸다. 이후로 그의 첫 장편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비롯하여 하루키의 초기작들을 거의 모두 구입해 읽었다. 이후에도 [1Q84],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등 신작이 나올 때마다 놓치지 않고 읽고 있으니...


올해에도 어김없이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안타깝게 수상하지 못한 하루키.그의 최신작을 학교도서관에서 발견하였다.

바로 [여자없는 남자들]로 여러 이유로 여자가 없는(?)남자들의 이야기를 묶은 단편집이었다.

하루키 특유의 약간 냉소적이고 무심한듯한 어투들과 자유로운 성적 표현들, 그리고 삶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
(드라이브 마이 카 중에서/ p.37)


아무리 텅 비었을지라도 그것은 아직까지는 나의 마음이다. 어렴풋하게나마 거기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 있다. 몇 가지 개인적인 기억이 바닷가 말뚝에 엉킨 해초처럼 말없이 만조를 기다리고 있다. 몇 가지 감정은 베어내면 필시 붉은 피를 흘리리라. 아직은 그 마음을 영문 모를 곳으로 떠나보내 헤매게 할 수는 없다.
(기노 중에서/ p.268)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은 안다.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여자 없는 남자들 중에서/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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