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서재

기사단장 죽이기

메타포로 시작해서 메타포로 끝난다

by 변미용

'사랑은 메타포로 시작된다.'

몇몇 작가들이 했던 이야기라고 [언어의 온도]에서 이기주 작가가 언급하기도 했다.

'메타포'란 '은유'라는 의미로 ‘숨겨서 비유하는 수사법’이라는 뜻이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메타포로 시작해서 메타포로 끝난다.'

이것이 [기사단장 죽이기 1,2]를 읽은 나의 생각이다.

조금의 수정이 필요하다면 기사단장죽이기 뿐만 아니라 하루키의 소설 대부분에 적용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껏 하루키 소설의 상징성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논하고, 그 은유에 빠져 수많은 그의 작품들을 읽어오지 않았을까?

하루키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의 작품 속 구절처럼 '지금까지 내 길인 줄 알고 별 생각 없이 걸어왔던 길이 갑자기 발 밑에서 쑥 사라져버리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저 허허벌판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런 느낌' 이 들 때가 있다. 마치 꿈 속의 길처럼...


[기사단장 죽이기]는 어느날 갑자기 아내에게서 이혼 통보를 받게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아내 대신 집을 떠나 몇개월간 방랑의 시간을 보내던 화가에게 요양원에 들어가신 아버지 아마다 도모히코(화가) 대신 시골의 저택으로 들어가 살라는 친구의 제안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한 편의 그림인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견한다. 뒤이어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일들~ 이웃에 사는 미스테리한 인물 멘시키와 함께 한밤중에 울리는 방울소리를 쫒아 우물같은 공간을 발견하게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사단장 죽이기'는 '또다른 하나의 광경'이었는지 모른다. 그 그림은 훌륭한 시인의 어휘가 그렇듯 최고의 메타포가 되어 이 세계에 또다른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냈던 것이리라.
훌륭한 메타포는 모든 현상에 감춰진 가능성의 물줄기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훌륭한 시인이 하나의 광경 속에 또다른 새로운 광경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당연한 말이지만 최고의 메타포는 곧 최고의 시가 되죠. 당신은 그 또다른 새로운 광경에서 눈을 돌리시면 안됩니다.
시간이 빼앗아가는 게 있는가하면 시간이 가져다주는 것도 있어. 중요한 건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일이야


현 세계와 또다른 세계가 시간과 알 수 없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려는 메타포들이 소설 전체에 스며있다. 그 세계속으로 빨려들어갈듯 말듯한 어정쩡한 상태에서 읽기를 마쳤다. 그리고 읽고난 지 3주만에, 이제서야 겨우 리뷰를 쓴다. 게을러서라기보다는 가슴 속에 후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동이나 공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나름의 이유를 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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