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아니 선생님 제가 1번이라니요

워킹맘의 저녁수영일기3

by 세봉보르

강습 둘째 날, 퇴근 후 가족들 저녁 식사 챙긴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어제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어라? 유아풀로 모이는 인원을 보니 오늘의 참여 인원은 나까지 총 5명이다. 5~6명 등록했다고 하더니, 둘째 날부터 참여하시는 분이 세 분이나 계셨다. (정말 반갑습니다. 폐강될까 봐 조마조마했어요.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새벽반에서 옮기신 두 분, 주말 강습받고 있는데 더 실력을 늘리고 싶어 평일반까지 등록하신 한 분. 간단히 수력 질문과 함께 강사님의 테스트가 이어졌다.

"회원님, 팔 돌리기 배우신 거 맞아요? 배운 지 얼마 안 됐어요?" "접영까지 하셨다면서요, 자유형 숨 쉬는 자세가 영 엉망인데."

초면부터 강사님의 날카로운 말들이 날아온다. (보기만 해도 아찔했던 순간..) 어제 처음 오신 한 분을 제외하면 나머지 세 분은 나와 진도가 비슷해 보였다. 평영까지는 할 줄 알고, 접영은 아직 ing인 그 상태.

"어제 처음 오신 분은 유아풀에 계시고, 네 분은 메인풀로 가셔서 갈 때는 자유형, 올 때는 평영으로 1바퀴 돌고 계세요. 회원님이 1번, 그다음 2번, 3번, 4번!"

'네? 선생님, ㅇ아니 제가 1번이라고요?' 소리가 목구멍까지 튀어나왔지만 말할 수 없었다. 수영 강습에 있어서 1번의 의미란,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그런 부담스러운 자리가 아닌가. 누구보다 빠르고 누구보다 지치지 않는 강철 다리와 심장의 소유자들. 1번이 늦게 가면 나머지 번호들도 연달아 간격이 뒤엉켜버리는 그런 1번.

식은땀인지 수영장 물인지 모를 액체가 등을 타고 내리지만, 어쩌겠는가. 호랑이 선생님이 1번 하라면 그냥 해야 되는 거다. 어제는 유아풀이라서 스트로크 3,4번이면 반대편에 도착했는데 오늘은 다르다. 25m 메인풀에서 본격적으로 해보려니 매우 긴장이 되었다. 숨이 엄청 찬데 아직 도착하긴 멀었다. 그래도 중간에 멈추긴 싫다는 생각으로 겨우 반대편에 다다랐다. 숨 한번 돌려야지 싶었는데 바로 2번 님이 도착하셨다. 간격이 물리면 안 되니 일단 출발. 돌아올 때 평영이라 정말 다행이야.

기초반 회원님을 봐주고 오신 호랑이 선생님이 반대편에서 대기 중이었다. 오늘은 자유형 자세를 잡아준다 하셨다.

"1번 님 나오세요."

학교 졸업한 지 어느덧 20년인 나. 아, 학생의 기분은 이런 것이었지. 잊고 있던 지난 기억들이 팔과 등에 닭살을 남기며 피어오른다.

50분 수업동안 1번으로서 자세를 잡아주는 선생님의 부름에 5,6번 정도 불려 나갔다. 레인 도는 것보다 선생님이 자세 잡아주실 때 고개를 물에 담그고 있는 것이 더 힘들었다. 시범 보여주고 바로 나가야 해서 숨이 정말 찼다.

강습이 끝난 후 씻고 나오는데 다른 회원님이 나에게 인사를 하며 한 마디 하신다.

"저기.. 선생님 너무 무섭지 않아요? 저 그래서 내일 올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다시 새벽반으로 갈까 봐요. 새벽반 선생님은 안 무서운데."

저도 너무 무서워요. 라며 웃었는데, 마음속으로는 안 돼요. 회원님. 저는 더 이상 물러날 시간이 없어요. 선생님이 호랑이든 티라노사우르스든 적응해서 수영장 고인 물 될 거예요.라고 다짐해 본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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