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b Sep 29. 2024

여름이 지나고 남은 것은

2024.09.23

가을이다. 유난히 길었던 여름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내년까진 긴 잠을, 여름잠을 자거라.

맑고 높은 하늘과 쌀쌀한 듯 선선한 아침이 기분 좋다. 출근길에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무엇이 더 좋은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4년 전 가을, J는 죽음을 선택했고 나는 여전히 삶에 있다.


최근 몇 개월간 행복하지 못했다. 올해의 여름은 그야말로 끔찍하게도 힘들었다. 혼자인 방 안엔 불안이 가득했고 후회는 모든 숨에 붙어살았다. 고립되었고, 우울했고, 간절했다. 하나의 잘못된 선택이 내가 쌓아온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고 부숴버릴 것 같았고 나는 무너진 후를 생각했다. 선과 악, 죄와 벌에 대해 생각하며 데미안을 읽었다. 나는 무력한 싱클레어였고 무자비한 크로머였다.


조금 일찍 회사에 도착해 포장해 온 커피와 핫케익을 먹었다. 달달하고 폭신한 것이 기분 좋다. 예전의 내가 보인다. 가끔 우울하고 자주 행복했던 나였다. '그 일'에서 태어난 습기는 여름과 함께 왔다가 이제야 가을처럼 맑아졌다.


선의 반대편에 서 있는 모든 순간은 부끄럽다.

이전 04화 그녀는 어떻게 죽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