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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일리 Jan 13. 2024

2023년 대만여행의 기록(4)

친절함은 삶을 풍요롭게하지

여행, 아름답다. 마지막 이야기


다음날 아침 우리는 치진섬으로 가기 위해 다시 시즈완역으로 향했다. 치진섬으로 가기 위해선 시즈완 역에서 10분간 페리를 타야 했다. 페리선착장이 어디 있는지 찾고 있는데 앞쪽 대만 청년들 일행이 계속 우리를 뒤돌아보며 걷고 있었다. 페리 타는 곳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저분들 계속 한궈, 한궈하면서 우릴 보고 있어.”



그 사람들을 따라 페리를 타고 치진섬에 도착했다. 우리는 귀여운 시바견 그림이 앞에 달린 전동 자전거를 빌려서 치진섬을 여행했다. 덥지 않은 날씨에 습하지 않은 바닷바람이 얼굴에 와닿는 기분이 좋았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가 참 푸르렀다. 지도를 보고 달리다가 사진 찍기 명소인 치진 해안 공원에 도착했다. ‘무지개 교회’ 조형물 앞에 한눈에 봐도 우리나라 사람 같은 젊은 남자가 우리를 보며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망설이고 있었다. 나는 자신 있게 한국말로 물었다.

“사진 찍어 드릴까요?”

 그는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카메라를 나에게 맡겼다. 조형물 안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다채로운 포즈를 취하는 그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스쳐가는 짧은 만남일지라도 유쾌한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Hamdelaars: 브런치 독자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치진섬을 한 바퀴 돌고 자전거를 반납하러 가기는 길에 마치 유럽여행 중 작은 시골마을을 걷고 있는 듯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구글지도로 검색했더니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식당으로 이름은 ‘Hamdelaars’였다. 우리는 점심 식사를 그곳에서 하기로 정하고 자전거를 반납한 후 방문했다. 메뉴판은 따로 없이 5가지 코스요리가 나왔고 한국 돈으로 2만 원이 좀 넘는 가격이었다. 우연히 지나던 길에 첫눈에 마음에 쏙 드는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곳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맛있었당!

 “대만 여행카페 사람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었으니 나도 이 레스토랑 추천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등업을 해야겠어.”

 “대만 여행 카페를 여행 중에 수시로 보니까 회원들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었어.”



 저녁이 되자 숙소 근처 호프집을 찾아갔다. 다음날이 귀국하는 날이었기에 이날은 대만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우리는 타이완 비어를 마시며 여행이 즐겁게 끝난 것을 자축했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발 마사지를 받고 숙소 근처 카페를 갔다. 카페 내부에는 귀여운 고양이 그림이 잔뜩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을 몇 장 찍는데 이번 대만 여행 중에 찍은 다른 사진과 너무 다르게 사진 속 내 표정에서 우울함이 뿜어져 나왔다. 애써 웃어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내 표정을 봐. 떠나는 날이라 이런 걸까?” 

 이 카페는 가오슝 공항으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이었다. 카페 직원이 유독 친절하게 “Good bye”라고 인사했고, 나도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Good bye.”



 대만 여행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대만 사람은 참 친절하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내가 여행을 하면서 이 나라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있고,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요인이었다. 그래서 늘 편안했고 특히 가오슝에서는 사람들이 영어를 잘 사용하지 않아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았음에도 식당과 상점 어느 곳에서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대만 항공사인 ‘타이완 에어’를 타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맥주를 주문하는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 우리가 몇 번 승무원을 부르는 데 실패하자, 우리와 같은 열에 앉은 대만 여자분이 대신 주문을 해줬다. 

“우리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대만 사람들의 친절함을 경험하는구나.”

어느덧 비행기는 우리나라에 도착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보였다. 비행기 안에서 오랜만에 내려다보는 광경이라 내가 마치 한국에 여행 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유심을 갈아 끼우고 내릴 차례를 기다렸다. 집에 가면 나를 반겨 줄 가족들과 다음 날 출근하면 대만 여행이 어땠는지 물어볼 직장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빨리 여행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다. 



 한국에서 돌아오고 며칠 후 은지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은지는 전화영어 선생님에게 대만 여행의 소감을 이야기하기 위해 ‘Fantastic’이라는 형용사로 표현했다고 했다. 나는 그 마음이 나 혼자의 마음이 아닌 오롯이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며 행복해했다.

와 서울이다.




후기:  첫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가 이 글을 완성할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대만 참 좋았어. 라고 가슴속 따뜻함으로 남아버렸을 추억이 여행기록으로 남게되어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은지와 수현이라는 가명으로 이 글에 등장한 내 삶의 핫팩같은 존재인 두 친구에게 이 글을 띄워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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