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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숲 Aug 17. 2020

물은 다시 잠잠해질 거야

오랜만의 햇볕이 신기해서 바라본 강물

     

  

나무다리 위에서 강물이 햇볕에 반짝이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나무다리 위에서 강물이 햇볕에 반짝이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얼마나 오랜만의 햇볕인지 비 안 오는 잠깐의 시간이 퍽 반갑습니다. 강물은 자갈이 가득한 강변까지 넘실거리며 흐릅니다. 비가 오기 전의 강변은 넓은 하천 폭을 3분의 1도 채우지 않은 채 흘렀었지만 지금은 둑 밑까지 차올랐습니다. 강 가운데 세찬 물결에 맞선 채 서있는 왕 버드나무가 고독해 보입니다. 나무줄기에는 풀줄기와 비닐, 나뭇가지가 걸쳐져 있어 어젯밤의 폭우가 얼마나 거셌는지 보여줍니다.

     

  둑은 일직선으로 가지런하지만 강물은 멀리서부터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흐릅니다. 자연이 만든 물의 모습은 뱀이 구불거리며 기어가는 모습입니다. 조용히 흐르던 물은 바위돌과 자갈돌이 쌓여 있는 곳에서 소용돌이치며 하얀 물거품을 만듭니다. 세찬 물결을 만들며 강 한가운데에 여울이 생겼습니다. 바윗돌에 부딪힌 물방울들이 솟구쳤다가 아래로 떨어지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이 시원해보입니다. 여울 아래쪽으로는 자갈돌들이 굴러 내려오다가 물살이 세지 않은 곳에 멈춰 돌보를 만들었습니다. 이곳 상소동 계곡은 온통 돌산이 에워싸고 있는 곳입니다. 상소 숲 상류는 크고 작은 자갈들이 흘러내리는 너덜지대입니다. 물의 힘이 얼마나 센지는 장마와 홍수 같은 자연의 위력 앞에서 실감하게 됩니다. 강 한가운데에 전에는 없던 수중돌보가 만들어진 것이 간밤에 누가 몰래 공사를 해놓은 것 같습니다.


강 가운데 세찬 물결에 맞선 채 서있는 왕 버드나무가 고독해 보입니다.


물결이 잠잠한 보 안에 흰뺨검둥오리가 새끼를 데리고 헤엄칩니다. 봄에 다정했던 흰뺨검둥오리 부부를 보면서 이제 곧 귀여운 새끼오리를 볼 수 있겠구나 기다려왔던 그 오리입니다. 고개를 물속에 넣고 꽁지만 물밖에 내놓은 채, 엄마를 따라 자맥질하는 새끼오리의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납니다. 기울어진 갈대 수풀에 조그만 쇠백로 두 마리가 들락날락 번잡합니다. 한 마리가 뒤따라가면 다른 한 마리는 겅중거리며 빠르게 도망가다가, 숲 쪽으로 한 바퀴 돌았다가 다시 수풀에 약 올리듯이 내려앉기를 되풀이합니다. 애가 타 쫒아가는 쇠백로의 머리에 하얀 번식 깃이 댕기처럼 나풀댑니다.

     

  가장자리 안쪽에 쇠백로보다 큰 중대백로가 내려앉습니다. 중대백로는 몸집도 다리길이도 쇠백로보다 훨씬 큽니다. 새는 기다란 다리로 망설이지도 않고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물은 중대백로의 정강이까지 올라왔습니다. 다리가 긴 백로들은 오리와는 달리 헤엄쳐 사냥을 하지 않습니다. 긴 다리로 물가에 서서 물속을 수색하고 관찰하다가 물고기를 낚아채지요. 과연 중대백로가 사냥하는 장면을 구경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꼭 봐야지, 난 중대백로를 노려보고 중대백로는 물살이 잔잔한 강물을 노려봅니다. 드디어 새는 빠르게 물속에 부리를 쳐 박듯이 넣었다 뺍니다. 난 휘둥그레진 눈으로 중대백로의 뾰족한 부리에 제법 큰 고기가 파닥이는 것을 봅니다. 중대백로는 부리로 먹이를 휙 돌려 머리가 입안으로 향하게 하더니 꿀꺽 삼켰습니다. 머리부터 먹는 것은 가시가 목구멍을 찌르지 않게 하려는 행동입니다.


누군가 포개어 놓은 돌탑이 정겨워 보입니다.


빗방울을 잔뜩 달은 해당화 가지에 주황색 열매가 선명합니다. 뚝방 아래로 청록빛 날개를 반짝이는 새가 낮게 납니다. 물총새인 것 같습니다. 물총새는 강둑 구멍 어디에 둥지를 틀었을까? 궁금해집니다. 강물에 내리꽂듯이 입수해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언젠가는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세찬 물살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애기부들과 물안개처럼 강가를 뒤덮었던 하얀 고마리 꽃들도 장마가 지나간 뒤에 다시 무성해지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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