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vs 과천
노량진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고 생각해 다른 사업지를 같이 보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이주를 마친 과천 주공 8, 9단지가 예산에 들어왔다. 과천은 실거주 편의성이 좋고 부부의 직장도 가까웠기에 나중에 입주하는 계획도 가능했다. 며칠 뒤 원하는 조건의 매물이 나와 부동산에 바로 전화를 했다.
나 : 사장님, 이 매물 관심 있는데요. 혹시 가격 조정 좀 가능한 물건인가요?
사장님 : 가격 조정은 어려울 거예요. 이 가격도 제가 매도자랑 조율해서 만든 가격이에요.
나 : 네.. 이 물건은 왜 매도하시는 걸까요?
사장님 : 다주택자 물건이에요. 사무실 오시면 더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마침 여유 시간이 있어 바로 과천으로 달려갔다. 이미 조합원분양신청까지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나중에 동호수만 잘 추첨하면 되는 물건이었다. 해당 평형이 속한 동은 모두 위치가 좋았지만 내부 구조가 2베이라 너무 아쉬웠다.
사장님 : 과천이랑 또 어디 보고 계세요?
나 : 노량진도 같이 보고 있어요.
사장님 : 둘 중에 고민하시던 매수자분들이 많았는데 노량진을 더 많이 선택하시더라구요. 장단점이 있으니 좋은 선택하세요.
노량진 1, 3구역은 아직 관리처분 전이라서 이주를 완료한 과천보다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지만 입지는 노량진이 더 우위였다. 또한 이미 재건축이 많이 진행된 과천보다 앞으로 대규모로 바뀔 노량진이 더 잠재력이 있어 보였다. 서울에도 투자할 수 있는 대안이 많이 있었기에 과천보다는 서울을 우선순위로 보기로 했다.
지인이 과천에 살고 있어 여러 번 놀러갔는데도 재건축 진행중인 단지들에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게 너무 아쉬웠다. 광명도 재개발 재건축 사업지가 정말 많았는데 공사장 주변을 다니면서도 투자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정비사업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었기에 재개발 재건축이 갖는 리스크만 커보였고, 특히나 공사비가 오르는 시장에서 정비사업이 잘 진행될 수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오른 공사비는 그만큼 집값에 반영이 되고 내 뒤의 매수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으로 전가된다는 것을 여러 사업장을 보며 깨닫게 되었다. 공사비가 올라도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부담할 수 있고, 비싼 분양가도 받아주는 지역이라면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과천 8, 9단지의 경우 주변의 신축 아파트 대비 마진을 3억 정도로 생각해서 투자금 대비 수익이 아쉽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주변 신축들의 시세가 오르면서 마진을 더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비이성적인 시장에서 나홀로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접근하는 방법은 애초에 답을 찾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의 신축은 누구나 살고 싶어하고 갖고 싶어하는 욕망의 대상이다. 공급은 제한적인데 수요는 넘치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보기만 해도 멋진 신축이 좋은 입지에 있다면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런데 이 신축을 싸게 사는 방법이 있다. 바로 청약에 당첨되는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경쟁률로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니 일반 분양으로 신축을 갖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만히 앉아 청약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면 노후주택이 신축으로 바뀌기 전에 미리 사두는 것도 방법이다. 사는 시점이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갈수록 싸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대박을 바라며 노후 빌라를 샀다가 개발은 안되는 바람에 자칫 반려 빌라를 얻기도 하고, 조합원 내분이나 인허가권자와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체되기도 한다. 사업 초기는 적은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 대신 리스크가 크고, 사업 후반부로 갈수록 리스크는 줄어들지만 투자금이 커진다. 자금력이 좋다면 빠르게 신축으로 바뀔 입주권을 사는 게 좋고, 부족한 자금으로 좋은 입지를 선점하고 싶다면 초기 단계의 사업장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 세금까지 고려한다면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전에 매수를 해야 공사기간까지 보유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양도세를 절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