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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랑 Jun 02. 2020

주사 맞는 아침, 주문 외는 밤

- 19번째 주사를 맞은 날의 난임 일기


"나 지금 시험관 중이야."


날이 참 좋았던 오늘 저녁, 운동삼아 아파트 단지를 걸으며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엄마, 나 내일 병원 가. 다시 시험관 하려고. 결과 나오면 알려드릴게요.' 'oo아, 나 시험관 중이야. 사실 작년부터 했어. 오늘따라 말하고 싶네. 크크' 19번째 데카펩틸 주사를, 5번째 퓨레곤 주사를 맞은 오늘, 나는 그렇게 지인들에게 두 번째 시험관을 공표(?)했다. 엄마는 내 말의 의미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래,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 (더 묻지 않으마)' 친구들은 기대했던 응원을 보내줬다. '힘들겠다. 그런데 잘 될 거 같아. 내가 응원한다! 기운 팍팍이야!'




물질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생각을 만들려고 해 봐. 몸속에 약이건 음식이건 물질만 집어넣으려고만 생각지 말고,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집어넣을 것인가를 생각해보자는 말이야. 물질을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바로 생각이니까 말이다. <임신을 위한 힐링 (p.58)>


주말에는 책 <임신을 위한 힐링>을 읽었다. 난임인 조카와 한의사 삼촌의 대화로 구성된 책으로, 임신을 다룬 심리학 서적이다. 책에는 '사람은 생각하는 기능이 있는 몸이 아니라 몸의 형태를 가진 마음'이라는 구절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무엇보다 마음이 먼저고, 그 마음이 몸을 만든 것이라는 설명. 난임이라는 지난한 터널을 걸으며, 많은 사람들이 '왜 내 몸은'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건 결국 생각이 만들어 낸 결과일 뿐이라고 책은 거듭 강조한다. 로렌스 크레인의 책 <자기 사랑>도 결이 비슷하다. 자기를 사랑하는, 내 안의 진짜 나를 찾아, 그 자아가 사랑할 수 있도록, 사랑이라는 큰 감정으로 스스로를 바라보자 거듭 말하는 저자는 ' 우주가 너를 응원한다'는 마법의 주문을 알려준다. 두 책이 지향하는 바는 결국 '마음'이요, '사랑'이다. 오늘 엄마와 친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는 그 마음과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내 안의 사랑을 또 한 번 보듬었다. 나는 오늘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이 기운을 잊지 않기로. 이 마음을 계속 되새기기로.    


"온 우주가 너의 몸과 마음을 응원해.

"온 세상이 너의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응원해."

"잘하고 있어."

"괜찮아."


오늘 밤도 주문을 외며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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