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사랑 Jun 02. 2020

주사 맞는 아침, 주문 외는 밤

- 19번째 주사를 맞은 날의 난임 일기


"나 지금 시험관 중이야."


날이 참 좋았던 오늘 저녁, 운동삼아 아파트 단지를 걸으며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엄마, 나 내일 병원 가. 다시 시험관 하려고. 결과 나오면 알려드릴게요.' 'oo아, 나 시험관 중이야. 사실 작년부터 했어. 오늘따라 말하고 싶네. 크크' 19번째 데카펩틸 주사를, 5번째 퓨레곤 주사를 맞은 오늘, 나는 그렇게 지인들에게 두 번째 시험관을 공표(?)했다. 엄마는 내 말의 의미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래,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 (더 묻지 않으마)' 친구들은 기대했던 응원을 보내줬다. '힘들겠다. 그런데 잘 될 거 같아. 내가 응원한다! 기운 팍팍이야!'




물질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생각을 만들려고 해 봐. 몸속에 약이건 음식이건 물질만 집어넣으려고만 생각지 말고,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집어넣을 것인가를 생각해보자는 말이야. 물질을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바로 생각이니까 말이다. <임신을 위한 힐링 (p.58)>


주말에는 책 <임신을 위한 힐링>을 읽었다. 난임인 조카와 한의사 삼촌의 대화로 구성된 책으로, 임신을 다룬 심리학 서적이다. 책에는 '사람은 생각하는 기능이 있는 몸이 아니라 몸의 형태를 가진 마음'이라는 구절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무엇보다 마음이 먼저고, 그 마음이 몸을 만든 것이라는 설명. 난임이라는 지난한 터널을 걸으며, 많은 사람들이 '왜 내 몸은'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건 결국 생각이 만들어 낸 결과일 뿐이라고 책은 거듭 강조한다. 로렌스 크레인의 책 <자기 사랑>도 결이 비슷하다. 자기를 사랑하는, 내 안의 진짜 나를 찾아, 그 자아가 사랑할 수 있도록, 사랑이라는 큰 감정으로 스스로를 바라보자 거듭 말하는 저자는 ' 우주가 너를 응원한다'는 마법의 주문을 알려준다. 두 책이 지향하는 바는 결국 '마음'이요, '사랑'이다. 오늘 엄마와 친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는 그 마음과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내 안의 사랑을 또 한 번 보듬었다. 나는 오늘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이 기운을 잊지 않기로. 이 마음을 계속 되새기기로.    


"온 우주가 너의 몸과 마음을 응원해.

"온 세상이 너의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응원해."

"잘하고 있어."

"괜찮아."


오늘 밤도 주문을 외며 잠자리에 든다.

작가의 이전글 예민하게, 자주, 임신과 아기에 대해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