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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랑 Apr 17. 2020

울지 말아요, 끝난 게 아니니까.

- 지인의 임신 소식이 들리던 날, 난임 일기

5월, 시험관 2차 시술을 앞두고 운동을 하고 보약을 먹으며 건강을 챙긴다. 책도 읽고 관련된 글을 찾아보며 공부한다.

     

“언니들, 뉴스가 있어요.”     


미국에 사는 친한 동생이 카톡 단체방에 글을 올렸다. ‘임신하셨습니까?’ 장난스레 답을 했다. 설마, 설마, 설마, 에이 설마... 그리고 그 설마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조카가 생겼다고 했다. 11월 출산 예정이라고 했다. 우와, 축하한다! 진짜 너무너무 축하해! 코로나 때문에 병원 다니기 힘들었겠다, 초반 잘 넘겼으니 앞으로도 조심해. 축하를 건네고 몸조리를 당부했다. "여보, oo이 임신했데." 소식을 전했다. 축하가 쏟아지는 대화창을 보는데 앞이 뿌옇게 변한다. 그냥 평소처럼 모니터를 보며 글을 쓰고 있었는 데... 점점 글자가 흐려진다.      


나 왜 울고 있니. 왜 울어. 바보같이.     


자꾸 눈물이 난다. 시험관 결과가 좋지 않았던 날 통화한 친구는 친정엄마 생일에 동생이 선물로 가져온 초음파 사진을 보고 통곡을 했다고 한다. 동생의 임신을 너무너무 축하하는데, 눈물이 나서, 동생도 미안해하고 자신도 지금까지 계속 미안해한다고. 그리고 그 날 놀라고 당황하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난임병원을 다니고 있고 몇 번의 시험관을 실패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전했다고 했다. 미국발 임신 소식을 전해온 동생에게 좋은 기운을 받겠다고, 내가 동생을 만들어주겠다고, 나도 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전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아마 다음 달이면 될 거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래, 다음 달이면 나도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거야. 암, 그렇고 말고.


“세상 사람들, 저 임신했어요!”  외쳐야지.


쌍둥이를 기원하는 쌍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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