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by 선우

추방당한 북극곰

갑옷을 잃은 빙하의 계승자

어느 뒷골목 어두운 구석에 터를 잡고

간간히 주어지는 위스키에 목을 축인다


그들의 이름 된 땅이었던

단단한 대지는 살아야 할 명분을 잃고

부서지고 조각나고 깨지고 사라지고

파편되어 쪼개져 물 속에 녹아버린다


차라리 신이 그들에게

두발 대신 날개를 주었다면

삶의 결과는 달라졌을까

땅을 호령하던 그들에게

하늘의 기회까지 주어진다면

누구는 반칙이오 외칠지도 모르지만

좀 덜 차갑고 좀 덜 따뜻한

필요할 만큼의 뜨뜻미지근한

북극의 숨통 됐을지도


때는 멀어지기만 한다

추방당한 북극곰들은

오늘도 하릴없이 방황하며 떠다니다가

빙하 한 조각에 발을 걸치고 죽을 날을 기다리며

구멍 뚫린 하늘만 멍하니 쳐다볼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