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쓰겠지
라는 말에 첩첩산중처럼
쌓인 물건만 수두룩이다
아휴 그만하자
아깝다는 명목 하에
나를 기만해왔던 절약정신을
멀리 제쳐두고 일단 버리기로 했다
설레지가 않는다면
누군가는 그래, 버리는 게 맞다는데
물건 물건마다 고유의 사연들이
두둥실 구름처럼 떠오르고
비우겠다던 나의 단호한 결심은
모래성처럼 파도에 쓸려가 버린다
무엇을 사는 일은
분명 나만을 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물건들도 많은 것을 보면
삶이란 내가 거울이 되어
남을 투영해왔던 것의 결과인가
혹은 나도 남에게 나를 각인시켜
그들에게 불필요한 파동을 일으키진 않았나
복사된 취향과 그릇된 자존감이
덕지덕지 문대진 물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 물건들도, 그때의 나도, 안쓰러워졌다
쓰레기통은 이러라고 있는 거지
이제는 말끔히 탈탈 털어 버릴 시간
그때의 쓰린 기억도, 고유한 감정도
모두 그러모아 작별을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