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을 긋다가
먹으로 검게 뭉개었다
지난 이별에 감정을 가지고
불필요한 꼭짓점에서 서성일 필요가 있느냐고
새 종이를 꺼내
지나가버린 마음을 잊힐 시간을
사랑이란 사라질 글자를
반복하고 반복해서
무딘 날이 될 때까지
획을 긋고 그었다
애석한 시간만
잠겨진 시름만
입술엔 한숨만
갈팡질팡 뛰어오른 마음을 멀고 먼 달에 가두었다
가둬둔 심장을 종이에 감싼다
종이가 물든다 빨간색으로
포장을 감싸고 감싸고
그럼에도
붉어진 포장지를
타인이 눈치채지 못할까
첫 글자부터 너에게 달려간다
우표를 붙이지 않은 채로
밀랍으로도 봉하지 않았지만
내가 단숨에 읽어 내려간 이 편지는
너에게는 닿지 않을 것이다
두 번 다시 읽히지 않을
붉게 말라비틀어진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