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시옷으로 시작하는 그 단어에 관한 논의를 우리가 끝없이 이어오고 있었다면 말입니다.
예를 들어 한없이 아기와 같고, 나눌 때 쓰는 말의 운율도 살아나고, 그것 앞에선 거대한 코끼리 앞에 자그마한 토끼가 된 양 행동하게 되는 그 무엇 말입니다.
한동안 밤잠을 뒤척이며 수채화 번지듯이 아려오는 달빛을 보면서도,
클래식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심경을 다스리려 해 보는데도,
발가락 끝이 동그랗게 오므려지고 손바닥 가운데 어느 곳에서 계속 찌르르한 전기가 튀는 것이,
여름 장마철에 한기를 느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게 만드는 그 무엇 말입니다.
아차차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그 단어가 내 안에 터를 잡고 주인행세를 하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그 단어에 나는 잠시 길을 잃었습니다.
비를 동반한 강풍에 바짓가랑이와 밑단이 철썩철썩 종아리에 휘감기듯이,
옷장을 열고 들어간 제3세계의 설원 속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가도 어느새,
몸속 미토콘드리아에서 포도당이 회로를 빙빙 돌고 전자 전달계의 찌릿함이 손 끝으로 당도하는 기분이
들더란 말입니다.
알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대체 정답을.
당장 머릿속을 헤집어서 나올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수식을 자로 대어봐도, 은사님께서 알려주신 사람에 대한 충고와 친한 지인들의 조언도 하등 쓸 곳 없는,
지금 이 시험지에는 빈칸을 내어 제출할 수 밖에는 없었다는 말입니다.
(장황하게 말이 길어지니 각설하고)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진정으로 하고팠던 그 선언은
…
나의 호수의 가장 순수한 물을 떠서 당신께 드린다는 말이오. 새벽에 번진 달을 보며 헤매는 내 마음의 고삐를 당신께 쥐어줘도 나는 괜찮겠다는 소리요.
아프고 힘들고 고난 길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당신이 으름장을 놓더라도, 그러한들 풀지 못한 이 마음의 공식에 휘청이며 홀로 옷깃을 여미는 선택지 대신에 당신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선언이오.
그러니까 횡설수설대는 내 말의 요지는,
이를테면 우리가 아직까지도 같은 마음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면 말입니다.
시옷으로 시작하는 두 글자. 한낱 사람이 담을 수 없는 행복이란 것을, 그러니까 ‘사랑’을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겠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