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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Mar 06. 2022

경찰과 도둑

내 마음을 당신이

혹은

당신의 마음을 내가

대가 없이 주고받았습니다


시작은 언제나 그러듯이


배 안쪽 깊은 곳에서

보글보글하니 끓어오르고

간질간질하니 설레고

마냥 사랑스럽기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오래된 책에 꽂아둔

낙엽의 갈피는 색이 바랬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볼모로

현재의 손과 발을 묶어놓았지요


사랑하던 마음을 먹고 자라던 우리는

가득 차오르는 마음의 크기에 스스로를

집어삼키고 먹히게끔 내버려 두었습니다


이 게임은

마치 경찰과 도둑처럼


단지 둘 중에

죄를 고할 사람도 죄를 사할 사람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일까요


사랑도 제 갈길 찾아

덧없이 지나갑니다


이별도 또한 지나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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