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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 Mar 07. 2022

깨지고 만 그릇

담을 수 있는 감정의 정해진 총량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에게 합당한 양만큼만


퍼뜩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무작정 주워 담던 때가 있었다


결과는 예상과 같이

와장창창

깨지고 만 파편

조각들을 가져왔다


줍다가 손이 더 다칠 거야

깨져버렸으니 줍지 말자고


그럼에도 하나하나

다 주워 담았었다

두 손이 다치고 살을 베였다

마음이 다치고 피를 철철 흘렸다


베어진 손에 칭칭 붕대를 감고

약을 발랐음에도

물이 닿거나

물건을 잡고 옮길 때

찌르르한 아픔이

당장에 느껴지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시간은

아픔의 치유와 고통의 희석을 선사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또

감정의 그릇에

날이 선 마음들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채워나갈 것이다


이것이 또다시 나를 찌르고 벨 것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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