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빈

by 선우

1cm 두께의 청동

빈 껍질 같은 기계인형

길거리를 뚜벅뚜벅 활보한다


백만 송이의 장미

꽃잎 한결 한결마다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카펫


자신을 위한 것이라 착각해

잘 못 밟아버린 은색 테두리에는

까맣게 타버린 짓이겨진 이파리


훠이 훠이 --

얼른 물러나지 못해


주인 없이 목적 없이

사람들 사이에 서있는 빈 깡통


물결을 이루며 사라졌다 나타나는

군중들 속에서 인간들 속에서


아무 말 없이 끝날 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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