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삶을 살아 본 적이 없다

by 선우

들쑥날쑥한 자갈돌 사이에

고개를 삐쭉 내민 민들레 하나 보인다


들썩들썩 대는

큰 자갈의 기울기가

민들레의 생명력을 대신하고


쉼 없이 노래하는 계단 위 소나타

거친 돌 담벼락 형형한 그림 속에는

스며들지 못한 페인트의 콧구멍과


철퍼덕

주저앉은 내가 있다


작고 소중한 민들레야

나는 너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구나


길가에 핀 노란 작디작은 너의 형체에

와아 감탄을 하거나

호오 홀씨를 불기만 했지


부어오르는 내 발등과 어깨와 눈꺼풀에

너의 씨앗 날아서 잠시 앉았다가 가도 됨을 허락한다


내가 너의 삶을 살아 볼 수 없는 것처럼

네가 나의 삶을 살아 줄 수 없는 것처럼


타앙 퉁기면

파르르 떨리는 가느다란 실가닥을

아프지 않도록 둥근 마음 품고 눈덩이처럼 굴려나가자


자갈 속 피어난 너를 위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나는

가볍게 목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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